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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여성의 자세|제10회 전국 여성 대회서의 「통일」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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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족 통일을 향한 여성의 자세』라는 주제를 내걸고 한국 여성 단체 협의회 (회장 이숙종)가 주최한 제10회 전국 여성 대회가 29일 상오 9시30분 전국 여성 단체 대표와 학생 대표, 그리고 여성 지도자 9백85명이 참가한 가운데 수운 회관에서 열렸다. 금년도 용신 봉사상 (이금봉씨)과 10회 기념 특별 수상자 28명에 대한 시상으로 시작된 이날 대회에서는 강원룡 박사 (「크리스천·아카데미」 원장)의 주제 강연과 김남식씨 (고대 「아시아」 문제 연구소)의 『오늘의 북한』 강연에 이어 최이순 (연세대 가정대 학장), 한완상 (서울대 문리대 교수), 오기형 (연세대 교육 문제 연구 소장), 이은복 (한국 생산성 본부 이사장)씨가 참가한 「패널」 토의 (사회 대한일보 박현서 국장 대우)를 갖고 관계 당국에 보내는 건의문과 여성들 자신의 결의문 (별항)을 채택함으로써 하오 5시30분 막을 내렸다.
우리의 통일은 아직은 너무나 먼 상태에 있다는 것, 그리하여 통일 이전 북한과의 「대결」이 우선해야하며 그것을 위한 내적인 정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이날 강연자들의 「민족 통일을 향한 자세」로 꼽는 주장이었다.
4반세기의 남북 분단은 전 분야에서의 이질적 변화를 키워왔으며 『적화 통일을 향한 북의 목표에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한 강원룡 박사는 『저들의 침략의 목포를 저들 스스로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서 진정한 평화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이 과정을 사상전이라고 표현함으로써 통일의 먼 여정을 암시했다.
북한의 실정을 분석한 김남식씨는 『북한의 소위 남한 혁명을 전제로 한 대남 공작은 기본 전략상 아무런 변경도 없다. 이에 대응하는 획기적인 개혁이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토의 참가자들도 『통일은 정치 체제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문화적 통합에 이르러야 하는데 양쪽의 이질적 구조 때문에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전제하면서 더욱이 통일 이전에 「유리한 입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렇게 통일은 순서적으로 오랜 시간을 씨름하여 이겨야만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만일 「내적인 자세」가 갖춰지지 않으면 통일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강연자들은 말했다.
그러면 북한을 이기는, 「대결」을 위한 내적 정비는 어떠한 것일까.
강 박사는 『사상적인 취약지대인 퇴폐 풍조, 「부르좌」적인 안일주의, 「노이로제」적인 패배주의의 추방』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상전을 이기기 위해서는 첫째 이러한 부정 부패가 없는 건전한 자유의 신념이 우리들 사고의 흔들릴 수 없는 밑바탕이 되어야하며 다음 빈부의 격차 등과 같은 양극화의 해소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 노동자와 농가 인구, 실업자의 해결과, 그러므로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사회 건설이 시급하다고 했다. 강 박사는 여기에서 사상전과 더불어 복지 대결을 들고 있다.
다음으로는 남북 대화를 국민 대중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남한 안에서의 대화, 즉 중지를 모으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의 길이 틔어야 하는데 이것은 현재 팽배해 있는 불신 사조의 추방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리 속의 취약점-모순의 제거 작업에서는 특히 여성들에게 주어진 여성 내적인 모순의 제거가 대두되었다.
아직도 뿌리 깊은 가부장적 남존여비의 의식 구조, 성에 대한 신화와 미신, 여성을 남성의 오락용·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해온 문화·교육·제도들. 이 모든 것들과의 투쟁이 전개되어야하며 3백만을 넘는 여성 문맹자와 하루 10∼13시간 육체 노동을 하는 저소득 취업 여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할 때라고 주장했다.
강 박사는 여성 활동은 『이제 낭만적인 민족 감정의 도취보다 지와 의의 기능 활용을, 취미나 여가선용의 일은 분야의 문화 활동에서 나아가 시민으로서 민권 운동이나 사회와 국가의 과제에 직접 뛰어드는 방향으로』 돼야 하며 여기에는 개인으로의 능동적인 자세, 그리고 중간 집단으로서의 여성 단체가 강력한 조직력으로 국민 총화의 일익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자각된 여성들의 동력화, 중견 간부의 육성을 들었다.
여성의 역할이 가정과 자녀를 이끈다는 점에서의 책임도 지적됐다.
「패널」 토의에 나온 최이순 교수는 『여성은 현명한 판단으로 가족내의 정신적 통일과, 그리고 근면하고 분수에 맞는 창조적 생활 훈련을 이끌어야한다』고 했으며, 오기형 교수는 『통일은 자유 민주의 높은 가치 추구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위해서는 주부들의 진정한 인간 형성의 자녀 교육이 요청된다』고 했다.
한완상 교수는 한 사회 체제의 기본적 규범을 성원에게 주입시키는 「사회화」의 주요 장소가 가정이라는 점을 들어 그 주역인 여성들은 『남북 체제간의 사회·문화적 통합을 위한 두터운 벽을 뚫는 작업에서 둘 사이의 거리를 솔직하고 정확하게 재면서 조금씩 좁혀가려는 성실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이것은 남북의 여성들이 정치 문제와는 먼 것에서 출발하여 단일 민족 정신과 인도주의 같은 일치된 가치관으로 새 세대를 사회화함으로써 가능해 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은복씨는 가계를 맡은 여성들의 현재 소비 성향의 반성과 취업 등의 적극적인 경제 활동 참여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정비와 자세에 앞서 과연 「민족 통일」의 의미와 필연성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의 문제- 한 교수는 이것을 비록 우리 세대에는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다음 세대에게는 명확히 주입시켜야하는 「정당하고 적합한」 통일의 가치관의 연구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우리의 통일 목표 내지 의지와 우리 상대와의 거의 평행선이라는 진단 사이의 「딜레머」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쉬운 숙제로 남겨졌다.

<윤호미 기자>

<결의·건의문>
제10회 전국 여성 대회에 참가한 여성 지도자 9백85명은 『민족 통일을 위한 여성의 자세』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 결과 민족 통일은 국가와 국민이 혼연일체가 됨으로써 이룩될 수 있으며 특히 여기에는 여성들이 그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 다음과 같이 결의문과 당국에 보내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 ①각 여성 단체들은 집단 활동 및 개인 활동을 통하여 통일에 대비하는 확고한 자세를 전개한다. ②사치 생활을 추방하고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하자. ③퇴폐 풍조를 일소하자. ④이웃돕기에 적극 참여하자.
▲건의문 ①사회·문화·경제 제 문제의 격차를 완화 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여 국민 총화를 이룩할 것. ②올바른 승공 교육을 위한 대책과 방안을 조속한 시일 안에 수립할 것. ③모든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사회 복지 제도를 실천할 것. ④여성의 적극적 사회 참여의 터전을 마련하고 여성 단체의 육성을 강화할 것.

<여성 지위 향상 공로 특별 수상자>
전국 여성 대회 제10회 기념 여성 지위 향상 공로 특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학술부문=이태영 (인문과학)·길정희·장금산·손옥순 (자연과학)
▲예술부문=모윤숙·박화성 (문학)·박래현 (미술)·이철경 (서예)·김원복 (음악)·한영숙 (무용)·복혜숙 (영화연극)·박록주 (국악)
▲교육부문=임영신·서은숙·황신덕·송금선 (학교교육)·김필례·고황경 (사회교육)·김신실 (보건교육)
▲사회부문=양한라 (사회복지)·이순자 (노동운동)·이한옥 (지역사회개발)·황온순 (사회사업)·최은희 (언론)
▲안정보장부문=박순천·박현숙 (정치)·김현숙 (군사)·김경오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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