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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점 소녀 신지현 … 겁 없는 18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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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해 여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하나외환에 뽑힌 신지현이 3일 서울 청운동 연습체육관 코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지현은 하나외환의 홈인 부천에서는 벌써 인기 스타가 됐다. [양광삼 기자]

이 소녀, 당돌하다. 프로 입단 후 처음 참석한 기자회견장에서 아버지뻘 되는 조동기(42) 하나외환 감독이 “너 담력 세냐”고 묻자 소녀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귀여운 얼굴이지만 강심장을 가졌다. 올해 여자프로농구 하나외환에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신인 신지현(18·1m74㎝) 말이다.

 지난 3일 서울 청운동 하나외환 숙소에서 신지현을 만났다. “연예인 닮은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난 천(千)의 얼굴이다. 이 사람 저 사람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미소 지었다. 내숭 같은 건 없다. 자신과 닮았다는 연예인 이름을 스스로 쭉 늘어놨다. 그중에 배우 이나영과 가장 닮은 것 같다고 하자 신지현은 “그렇죠”라며 또 웃었다.

 하나외환의 홈구장이 있는 부천에서는 벌써 유명인이 됐다. 시즌 초이지만 신지현을 알아보고 사인 요청을 하는 팬이 적지 않다. 한종훈 하나외환 사무국장은 “여자농구 붐 조성을 위해 구단을 대표하는 스타로 키워보고 싶다”고 욕심을 내비쳤다.

 신지현은 아버지 신진호(46)씨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 아버지 신씨는 농구 명문 명지고를 다녔는데 집안 반대로 농구 선수가 되지 못했다. 대신 딸이 아버지의 한을 풀었다. 신지현의 여동생 지혜(15)도 선일여중에서 농구를 하고 있다.

 신지현은 “체육대회에서 달리기 1등을 도맡아 했다. 농구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가 농구부가 있는 학교를 알아보셨다. 신문을 보다가 전주원 코치님이 선일초등학교를 나온 걸 알게 됐다. 마침 집과 가까운 곳이어서 농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지현은 전주원과 똑같이 선일초-선일여중-선일여고를 거쳤다.

 그는 지난 1월 경북 경산에서 열린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배 대회에서 대전여상을 상대로 무려 61점을 넣었다. 당시 이야기를 꺼내자 신지현의 눈망울이 더 크고 초롱초롱해졌다. 신지현은 “30~40점 정도 넣은 줄 알았는데 기록지를 보니 61점이었다. 나도 깜짝 놀랐다. 주변에서 ‘이젠 너를 가까이 못 대하겠다’고 하더라”며 깔깔 웃었다.

 ‘61점 소녀’로 유명세를 탄 그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하나외환의 지명을 받았다. 신지현은 “신세계(하나외환의 전신) 시절부터 좋아했던 팀이다. 가드를 필요로 하는 팀이어서 꼭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전 기회도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원래 조 감독은 신지현을 2군에 보내 팀 전술을 익히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김지현(28)을 제외하면 마땅한 포인트가드가 없는 팀 사정상 신지현이 출전 기회를 얻게 됐다. 쟁쟁한 선배들을 상대로 신지현은 조금도 주눅들지 않았다. 당찬 플레이가 조 감독을 사로잡았다. 신지현은 “내 장점이 ‘쫄지’ 않는 것이다. 훈련보다 실전에 강한 스타일”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초등학생 때 그랬던 것처럼 신지현의 롤 모델은 여전히 전주원(41) 우리은행 코치다. 그는 “전 코치님 덕분에 농구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 코치님처럼 이름만 대면 모두가 다 아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큰 꿈을 말했다.

한편 4일 경기에서는 하나외환이 삼성생명을 60-57로 이기고 2승5패를 기록해 2승6패가 된 삼성생명을 최하위로 끌어내리고 5위로 올라섰다. 신지현은 5분여를 뛰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글=오명철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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