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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중국의 해외 에너지 확보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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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인기
KAIST 경영대학 초빙교수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
대우조선해양 사장

중국은 지금까지 5000억 달러 규모의 해외직접투자 중 3000억 달러를 에너지 채굴권 확보에 집중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세계 석유·가스 관련 인수합병(M&A) 거래의 20% 정도를 중국이 차지한다. 중국이 이처럼 전 세계 석유·가스 자원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첫째, 경제 성장으로 석유·가스 수요는 엄청나게 증가하는 데 비해 중국 내 석유·가스 생산 가능량이 여기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2000~2012년 중국의 석유 소비는 매년 7.2%씩 증가해왔다. 중국은 필요한 석유의 58%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2035년까지 증가해 최고 72%까지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해외 원유 채굴권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둘째, 환경문제로 인한 전 세계적인 탄소배출 감소 조치에 따라 석탄을 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70%를 석탄(전력 생산의 75%를 차지)에 의존하는 중국은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따라서 현재 1차 에너지 소비의 4%를 차지하는 가스의 비중을 2025년까지 10%로 늘릴 계획이다. 전력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율을 50%까지 줄이고 그만큼을 가스로 대체할 작정이다.

셋째, 중국은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데 자극 받아 자국 차원의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2020년엔 세계 제1의 석유 생산국이 되고 2035년이면 완전한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그간 미국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펼쳐왔던 중동에 대한 관심이 세일 혁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처럼 ‘지정학적 에너지 안보 플레이어’였던 미국이 서서히 퇴장하면서 중국이 역할을 대신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넷째, 중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석유·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면 안전한 운송로 확보와 공급지역 다변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자원의 80%를 해외 공급에 의존해야 할 중국으로선 사활이 걸린 문제다. 특히 중국은 중동과 일부 아프리카산 에너지를 자국으로 들여오는 운송로에서 활동하는 해적과 동남아시아 믈라카 해협을 지배하는 미국 해군을 의식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동아시아·미얀마를 통한 송유관 관통을 추진하는 한편 서부 아프리카를 중시하는 외교정책을 펴고 있다.

 다섯째, 중국이 국제 에너지 시장의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로 등장하기 위한 장기적 포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셰일 붐과 세계적인 환경오염 방지대책에 따라 국제 석유 메이저(IOC)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아 경영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3대 국영 석유회사는 전 세계의 약 30%를 차지하는 자국 수요를 바탕으로 해외 에너지 투자까지 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태세다.

한국은 이 같은 중국의 에너지 해외직접투자로 인한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첫째, 전 세계 석유·가스 채굴권의 투자자가 된 중국 국영 석유기업들과 관련 기업의 수주가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에너지·조선해양·철강·설비산업·자원산업·해운 등 한국의 관련 기업들의 수주가 위협받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둘째, 중국의 석유화학 관련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생산자이자 수요자로서 중국 기업들이 시장의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셋째, 국제 석유 시장에서 발언권이 높아진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항상 주시해야 하겠다. 이제 중국은 산유국인 동시에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의 정책적 대결에 대비해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홍인기 KAIST 경영대학 초빙교수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대우조선해양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