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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간판 아래 「두 얼굴」|신민당 두 전당대회 그 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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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사에 진산계 배치>
한 간판 아래 두개의 전당대회를 열고 법통싸움을 벌이고있는 신민당의 진산계와 반진산3파는 앞으로 당사사용을 싸고 한바탕 소동을 피울 듯.
지난 26일의 시민회관대회이래 관훈동 중앙당사에는 진산계 청년당원들만이 눈에 띈다.
진산계는 선관위가 당수변경을 공고하는 즉시 당사를 점거하기 위해 중앙당사주변 여관에 상당수의 당원들을 배치했다.
반진산쪽은 27일엔 효창동 대회 때문인지 당사주변에 전혀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것은 중앙당소속당원들이 대부분 진산계로 구성되어 있다는데도 이유가 있는 듯.
반진산3파 일부에서는 당사를 점령하여 실력대결도 불사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럴 경우 국민들에게 또 한번 추태를 보이게될 것이므로 차라리 원내투쟁쪽에 역점을 두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다.
또 양쪽에서 정무회의를 할 경우 당사회의실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국회에 있는 신민당대표위원실을 김홍일 당수가 쓸 경우 유진산씨가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된다.

<총무 당분간 유임?>
유진산씨는 27일 『당직개편은 선관위공고가 끝난 다음에 착수할 것이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파벌위주 아닌 인물본위로 당직을 안배할 것』이라는가 하면 원내총무에 대해선『신중히 고려해서 당분간 그대로 임명할 것』이라고 김재광씨 유임의 뜻을 비쳤는데 이는 반진산계쪽의 교란책이라고 효창동쪽이 경계하고있다.
유진산씨는 효창동파 원내인사 가운데서 몇 사람을 정무위원 등 당직에 안배할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에 대한 불응의 경우를 상정했음인지 26일 대회는 『정무위원의 인선권은 물론 보선권까지 유진산 당수에게 일임했다』고 동의,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아직 유진산체제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시민회관대회의 공로를 참작해서 전 김홍일계의 한건수씨, 이철승계의 김준섭씨가 정무위원이 되리라는 얘기들이다.
진산계측의 조각에 대해 효창동파도 신경을 안쓸 수 없는 듯.
김재광 총무는 『유진산씨가 새로 원내총무를 임명한다면 분당을 막기 위해 나는 총무직을 사임하고 김홍일 당수로 하여금 유진산씨가 임명한 총무를 무효화시킨 다음 그를 김 당수가 총무로 다시 임명토록 하겠다』고. 김 총무는 양쪽의 감정을 부채질하지 않기 위해 의원총회와 원내대책위의 소집은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효창동파는 앞으로의 당공식회합에 구주류측이 불참할 것을 예상해서 5인 전권위에 불참당직자를 보충하는 권한을 맡겼다.
이들은 아예 오는 10월5일까지 당기구모임에 불참하면 본인이 사퇴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결의까지 했다.
정원 25명의 정무위원 중 고흥문·김영삼·이철승·정해영·정성태·신도환·이중재·김은하·조일환·이충환·이민우씨 등 구주류 11명과 김형일씨가 효창동파 모임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양쪽 자금사정 달라>
자금조달능력과 액수에 있어 진산계와 반진산계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진산계에는 지금까지 신민당의 정치대금마련에 큰 몫을 차지한 유진산·고흥문·정해영씨 등 실력자들이 많으나 반진산족은 양일동씨를 제외하고는 항상 자금에 쪼들리고 있다.
진산계는 지난 봄 지구당개편대회 이래 타파에 비해 월등한 자금을 배경으로 조직을 확대해왔다. 진산계는 반진산쪽보다 3배가 넘는 자금을 뿌렸다는 비주류측 얘기.
이를 뒷받침하는 예로 지난 추석 때 진산계는 대의원들에게 1만원씩을 돌렸고 대의원은 아니지만 유력한 당원에게도 1만원씩을 주었다. 또 타파 국회의원에게까지 1만원짜리 상품권을 돌렸다.
또 26일 대회 때는 출석확인서를 받는 대신 5만원 내지 10만원씩의 돈이 살포됐고 이날 밤에는 27일 효창동대회에 불참한다는 조건으로 3만원씩이 상당수 대의원들에게 뿌려졌다는게 반진산쪽의 주장.
반면에 반진산계에선 경비를 줄이기 위해 김홍일계와 김대중계가 대금 「플」제를 채택, 비주류가 3백만원, 당수계가 2백만원을 내기로 했었으나 여의치 않아 독자적으로 대의원들에게 5천원씩 주었다.
반진산계 중 양일동계는 자금능력이 그 중 월등 한편. 지난 추석에는 대의원급 5천원씩, 중앙상무위원 1만원, 지구당 및 도당위원장 5만원씩을 나누어주었다.
한편 27일의 효창동 대회경비는 당초 60만원으로 3파가 20만원씩 내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1백50만원이 들었다는 얘기.

<중복대의원 45명 선>
두 개의 전당대회는 묘한 산술을 낳았다.
전국대의원은 8백74명인데 시민회관 대회에 4백45명, 효창동대회에 4백90명이 참석했다니 두 대회 참석자를 합치면 61명이나 초과되고 중복은 최소 45명.
물론 양쪽에 모두 참석한 사람도 없지 않으나 중복되는 45명이 모두 양쪽에 참석했다고 볼 수는 없다.
전당대회는 원래 공개회의. 따라서 대회참석자는 비밀사항이 아니다.
참석자명단을 공개하라는 기자들 요구에 효창동파는 그 명단을 공개했으나 시민회관파는 공개를 꺼리고있다.
법원에 소송자료로 제출할 때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효창동 전당대회는 일단 명부대조로 입장한 대의원들에게 차례로 한 명씩 대의원증을 내주느라고 두 시간 이상을 소모한 끝에 개회됐다. 박철용 조직국장은 8백74명의 전체대의원명부를 들고 한명씩 호명, 출석자는 대의원증을 받아 왼편가슴에 붙이고 3∼4명씩 사진을 찍었다.
사진촬영은 법정투쟁에 대비하여 증거자료로 만드는 것이라는데 사회를 맡은 노승환 의원은 『우리가 숫자에 자신이 없으면 이렇게 공개리에 하겠느냐』고.
시민회관대회가 긴장되고 질서정연했다면 효창동대회는 웃음이 자주 터지면서도 3파의 이해가 노출됐다.

<3파간 이해노출도>
효창동대회에서 김대중계의 김원만 의원이 전권기구구성을 김홍일 김대중 양일동 3인으로 하도록 동의한데 대해 양일동계의 유갑종 의원의 개의로 같은 양씨계인 유청 전당대회의장을 추가토록 요구한 것. 김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양씨계 대의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양씨계의 이종남 의원이 등단, 『안받아준다면 우리쪽 대의원은 모두 퇴장하겠다』고 해서 양씨계 대의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퇴장하려다 김원만 의원이 수락발언을 하여 다시 가라앉았다. 김대중계의 윤제술 정무회의부의장이 서열상 함께 추가되어 전권기구는 5인으로 낙착된 것.
3인안은 처음부터 3인간에 합의, 서명까지 되어있었던 것이라는데 퇴장소동 때 김대중씨가 옆에 앉은 양씨에게 『합의를 해놓고 왜그러느냐』고 화를 내자 양씨는 『대의원들이 저러지않느냐-.』

<진짜 당대회 선언>
『지금부터 72년도 「진짜」전당대회를 열겠읍니다』라는 개회선언(노승환 의원)부터 웃음과 박수가 터진 효창동대회에선 가시 돋친 「말」들이 쏟아졌다. 몇 토막 옮겨보면….
△일부 불순세력의 정체가 어제 때아닌 방공훈련의 연기 속에서 시민회관을 무대로 확연히 그 본질을 드러내고 말았다.(대국민 「메시지」)
△(효창공원을 가리키면서) 이 앞에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이봉창·윤봉길·백정기 3의사가 묻혀있는데 그들 선열들이 『너희들 싸워라, 이겨라』하는 소리가 은은히 들리는 것 같다.(김홍일 당수 치사)
△작년 선거 후 공화당은 신민당의원 중 20여명의 복병이 있다는 말을 퍼뜨렸으나 누가 누군지 몰랐는데 어제 하늘이 도와서 스스로 나타났다. 이제야 야당이 될 것 같다. 같은 의원끼리 이런 말해선 안되겠지만 평소 나는 그 사람들을 좋지 않게 보고 있었다. 몰아내는 방법밖에 없다.(양일동씨 인사)
△작년 전국구 파동 때 『꺼진 불도 다시보자』는 얘기가 있었다. 지금 이런 진동을 겪는 것은 그때 불씨를 그대로 남겨둔데 있다.
또 다시 이런 전철을 국민 앞에 보이면 할복자살이라도 합시다.(서범석씨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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