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표준의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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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세금공세가 한층 심해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8월 국세청은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열어 간접세 중심으로 징세활동을 한층 강화할 것을 다짐한바 있었던 것인데 최근에 들어서는 직세부문에서도 각종 과세표준률을 잇달아 인상키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9월말이 납기로 돼있는 올해 1기분 개인영업세 과표가 전기보다 24·3% 인상된 것을 비롯해서 부동산 소득세의 과표도 20∼30% 인상될 예정이고, 또 극장·유전업소에 대한 인상세 과표도 50∼1백%의 대폭 인상이 결정된바 있다. 그밖에 지방재정 사이드에서도 서울시가 재산세와 도시계획세를 종래의 1천분의 1에서 1천분의 2로 1백%인상, 이미 그 고지서가 발부된지 오래이다.
물론 다른 한편에 있어 사업소득세의 소득표준율이 부분적으로 인하 조정된 것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올해 하반기의 전반적인 흐름으로 봐서 각종 만금공세가 국민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추측하기에 어렵지 않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상반기 중의 세수실적이 전례없는 부진상을 나타냄으로써 그때 벌써 하반기에 들어서면 어차피 상당히 가혹한 세금공세가 있으리라던 일반의 예측이 적중돼 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난 8월까지의 내국세 징수실적을 보면 올해 본예산목표인 4전3백38억원의 45·4%에 불과한 1천9백68억원에 부과했고, 특히 불황으로 인해 직접세보다 간접세부문이 더욱 부진한 상태에 빠져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상황하에서 정부는 올해 제1회 추경예산을 국회에 내면서 내국세세인 결합을 양곡차관판매대금 일부로 보충키로 하고, 내국세 목표를 1백91억원 감축 조정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연도 폐쇄기인 내년 l월20일까지 불과 4개월 남짓한 동안에 사세당국이 2천1백79억원의 내국세를 거둬들여야 할 필요에 쫓기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래 정부가 국민의 세부담을 가중시키는데는 대체로 두 가지 방법이 활용되는 것이 통례라 할 수 있다. 즉 그 하나는 세율을 인상하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과세를 인상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세율은 조세법률주의에 의해 법률로 명시되나 과표의 조정은 행정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인정과세 문제는 항상 과세의 공평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사실상 제2의 세율이라고까지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항상 다급할 때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는 것이 과표률의 인상이란 편법이라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과표의 조정은 근본적으로 기장제도의 불비로 인한 과세자료의 불충실표를 조정하거나 세수목표를 시정할 때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 등을 준용하는게 일반적인 관례로 돼있다.
그러나 올해는 경제불황으로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5·7%로 작년동기의 15·l%보다 형편없이 둔화되었고 거의 대부분의 업체들이 경기침체로 허덕이고 있다. 따라서 그런데도 과표를 거의다 20%이상씩 대폭 인상했다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세부단의 과중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하는 것이다.
물론 당국은 올해 내국세목표를 1백91억원 감축 조정했다고는 하나 이 액수자체가 작년도에 조기 징수된 3백억원에도 크게 미달되는 것이며 경제성장 자체도 당초예산보다 훨씬 뒤지고 있어 근본적으로 세부담이 과중하게 돼있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세청이 발족된 지난 66년 이후로는 매년 세수실적이 목표를 초과해 왔으나 작년에 처음으로 세수목표에 1·7%나 미달했던 것을 상기할 때 국민담세 능력이 이제 한계에 도달해 있음을 아울러 생각해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세수목표달성을 위한 징세 과정에서의 마찰은 경기가 크게 호전되지 않는 한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여러가지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서 세입충족을 위한 징세 강화만을 생각하지 말고 세출을 최대한 삭감함으로써 현실에 맞는 판정을 펴는데 한층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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