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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이웃집] 오세득 셰프의 서래마을 단골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줄라이 오세득 셰프.

셰프의 집
“서래마을, 모험심 강한 셰프들의 숨겨진 아지트 같던 동네”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서 프렌치 레스토랑 ‘줄라이’를 운영하는 오세득(37) 셰프는 다른 프렌치 셰프에 비해 별난 점이 있다. 그는 프랑스 요리에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쓴다. 지난달부턴 케이블TV의 한식 요리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 요리를 제대로 재현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식재료를 공수해오는 셰프도 많은데 말이다. 오 셰프는 “요즘은 요리 자체가 국제적이다”며 “프랑스의 대표 식재료인 푸아그라는 이젠 중식·일식 등 다른 나라 요리의 주재료로도 사용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스토랑의 이름과 셰프가 누구인지를 따지지 어느 나라 요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미슐랭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으며 세계적 레스토랑에 오른 스페인 엘불리나 미국 프렌치 런드리, 세계적 셰프로 꼽히는 피에르 가니에르 같은 셰프를 보며 어느 나라 요리인지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 셰프는 한식에 대한 칭찬을 빠뜨리지 않는다. “한식은 발효 음식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특유의 감칠맛이 있어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뛰어납니다.” 그는 한국에서 나는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와 전통 장류를 프랑스 요리법과 접목해 자신만의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생선 요리를 할 땐 간장을 넣으면서도 버터를 첨가해 프렌치 요리 특유의 풍미를 살린다.

 그를 요리로 이끈 것은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본 AFKN(주한미군방송)의 요리 프로그램이었다. 오 셰프는 “당시 한국의 요리 방송은 요리사가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었는데, 외국 방송은 게스트나 방청객과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하더라”며 “그런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쇼 같았다”고 했다. 국내 대학에서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미국 맨해튼으로 떠났다. 자신에게 맞는 요리학교를 찾아 다닌 끝에 뉴욕 ICE(Institute of Culinary Education)에 입학했다.

 ICE에서 하루 4시간 정도 수업한 뒤엔 뉴욕 레스토랑에서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수업당 학생이 12명 안팎이어서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며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2005년 귀국한 그는 도산대로에 있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비스트로 디’의 셰프로 일했다.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2007년 6월 서래마을에 ‘줄라이’를 열었다.

 서래마을에 자리를 잡은 건 요리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는 “요리가 맛있다면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외국에서 경험하며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서래마을 특유의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줄라이가 문을 연 2007년 서래마을은 조그만 공방 같은 맛집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오 셰프는 “당시 서래마을은 청담동이나 가로수길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해 모험심 강한 셰프들이 하나 둘 가게를 열었다”며 “마치 숨겨진 아지트 같은 동네였다”고 회고했다. 임대료에서 절약한 비용을 요리에 투자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유동 인구가 늘면서 서래마을의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기업의 외식 프랜차이즈와 일본식 주점인 이자카야가 크게 늘어났다. 그럼에도 이 지역 셰프들은 “서래마을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11년째 이곳에서 프렌치 레스토랑 ‘라 싸브어’를 운영하는 진경수 셰프는 “강남 다른 지역에 비해 변화가 적을 뿐 아니라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톰볼라’와 이자카야 ‘풍월’처럼 진득하게 자리를 지키며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집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셰프의 이웃집

오세득 셰프는 7년째 서래마을을 지키고 있다. 시간이 날 땐 줄라이를 찾은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고객과 친해지면 스쿠터를 타고 2차 자리까지 쫓아가 합류하기도 한다. 그가 스쿠터를 타고 골목을 다니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낯설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단골집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동안 서래마을을 대표하던 작은 맛집들이 사라지고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많이 들어섰기 때문이란다. 프랑스 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프렌치 레스토랑부터 기력이 약해졌다 싶을 때 찾을 법한 추어탕집, 출출할 때 가는 분식집까지. 오 셰프의 이웃집 5곳을 소개한다.

대표 메뉴인 `비프 웰링턴` (볶은 버섯과 페이스트리로 쇠고기 안심과 푸아그라를 감싼 요리) 미리 예약해야 한다.

(1) 줄라이

오 셰프의 요리 철학인 ‘시즌(Season)&로컬(local)’을 내세운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제철을 맞아 맛과 영양이 뛰어난 한국 식재료로 만드는 프랑스 요리를 제공한다. 신선한 식재료를 찾아 전국을 다니는 것도 셰프의 몫이다. 오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제주도 모루농장에서 가져오는 농산물을 비롯해 주로 유기농·친환경 재료를 사용한다. 줄라이는 요리를 코스로 제공한다. 이 때문에 오픈 초기엔 30대 중반 이상 고객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20대까지 찾는다고 한다.

대표메뉴: 점심코스(4만원·6만5000원), 저녁코스(8만원·10만5000원·15만원)
주소: 서초구 반포동 577-20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30분(일요일은 오후 9시까지)
좌석수: 34석(룸 1개)
주차여부: 발레파킹(2000원)
전화번호: 02-534-9544 

(2) 오뗄두스

대표메뉴: 마카롱(2000원), 에클레르(4500원), 쇼트케이크(4500원)

추천 이유: 동경제과를 졸업한 정홍연 셰프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숍이다. 프랑스 현지 분위기가 물씬 나는 케이크부터 마카롱, 에클레르(손가락 모양의 페이스트리로 크림을 채워 넣고 겉에 초콜릿을 입힌 디저트)까지 다양한 디저트를 판매한다. 특히 위에 소금이 살짝 뿌려진 캐러멜 에클레르를 좋아한다. 광화문에도 지점이 있다.

주소: 서초구 반포동 93-5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일요일 오전 11시~오후 9시)
좌석수: 2석(룸 없음)
주차여부: 건물 뒤편 주차장 이용(무료)
전화번호: 02-595-5705

(3) 라 싸브어

대표메뉴: 이달의 요리(8만5000원)

추천 이유: 국내 프렌치 셰프 1세대이자 르코르동 블루를 수석 졸업한 진경수 셰프가 운영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같은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끔씩 찾아 음식도 맛보고 선배인 진 셰프와 이야기도 나눈다. 유행에 민감한 곳이라기보다 투박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기본에 충실한 정통 레스토랑이다. 10월엔 프로방스식 해물 샐러드와 표고·푸아그라로 만든 테린(잘게 썬 고기·생선을 그릇에 담은 뒤 얇게 썰어 내는 전채요리) 등이 포함된 코스를 제공한다.

주소: 서초구 반포동 76-1 지하 1층
할인카드: 삼성리움카드·현대블랙카드(음식 10% 할인)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2시 30분, 오후 6~11시
좌석수: 35석(룸 1개)
주차여부: 발레파킹(2000원)
전화번호: 02-591-6713

(4) 볼라레

대표메뉴: 프로슈또 에 루꼴라 피자(2만9000원)

추천 이유: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이탈리아 본토의 화덕 피자 맛을 느낄 수 있다. 도우 두께 등을 지켜야 받을 수 있다는 나폴리피자협회의 인증을 국내 최초로 받은 곳이기도 하다. 중간에 휴식 시간이 없이 오후에 출출할 때 찾을 수 있어 더욱 좋다. 평일 오전 11시 30분에서 오후 2시까지 샐러드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주소: 서초구 반포동 107-2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자정
좌석수: 42석(룸 없음)
주차여부: 발레파킹(2000원)
전화번호: 02-537-1100

(5) 장수메기탕·추어탕

대표메뉴: 추롱탕(1만원), 추어탕(8000원)

추천 이유: 20년째 서래마을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자 서래마을에 있는 유일한 추어탕집이다. 환절기에 몸 보신 하러 가기 좋은 곳이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아 만든 것과 통째로 만든 것 두가지다. 추어를 통째 튀겨내는 튀김도 별미다.

주소: 서초구 반포동 535-29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좌석수: 36석(룸 없음)
주차여부: 불가
전화번호: 02-536-2858

(6) 홍일손만두

대표메뉴: 고기손만두·김치손만두(각 4500원), 쌀떡볶이(3000원)

추천 이유: 분식집마저 프랜차이즈로 바뀐 요즘, 주인장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만두집이다. 물가가 비싼 서래마을에서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원래 아버지가 운영하던 고깃집을 아들이 물려받아 분식집으로 바꿨는데 만두가 특히 맛있다. 찐만두부터 잡채를 넣고 튀겨낸 튀김만두까지 다양하다.

주소: 서초구 반포4동 90-2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7시 30분~오후 11시
좌석수: 12석(룸 없음)
주차여부: 불가
전화번호: 02-593-3112

셰프의 대표 메뉴
해삼내장소스를 곁들인 살짝 익힌 농어

오세득 셰프의 생선 요리는 줄라이 단골들에겐 입소문이 나있다. 해삼내장소스를 곁들인 농어가 대표 메뉴로 꼽힌다. 해삼 내장과 멸치다시마 육수, 해초를 베이스로 했기 때문에 바다향이 가득하다. 해삼 내장이 들어가 비릿할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비리지 않고 감칠맛이 난다. 생선은 살짝 익혀내기 때문에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글=송정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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