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가을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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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대학장회의가 지난 8월31일 취한 서울대 개교이래 최대규모의 학사징계조치는 새 학기 대학가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제적 82명, 경고 8백11명이란 최대규모의 학생징계는 71년에 서울대가 재정한 학칙 53조와 54조를 원용한 것으로, 이는 서울대생들의 면학태도와 아울러 학교당국의 학구분위기조성, 교수들의 강의태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특히 제적된 학생 중에는 4학년이 6명, 3년생 9명, 2년생 41명, 1년생 26명으로 지난 1학기 성적이 1.3(평점)이하이기 때문에 졸업을 눈앞에 둔 6명의 4년생이 포함되어 있다. 서울대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공부 안 하는 모든 책임을 학생에게만 지웠으며, 면학분위기 종성이란 명분을 인정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학생을 희생시키는 것이 불가피했느냐는 일반의 의아심도 자아내고 있다.
한편 이번 조치로 희생된 82명의 학생 중 75명이 사전에 자퇴원을 냈다고 주장하고있어 다음학기에 구제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양론이 일고있다.
어쨌든 요즘의 서울대강의실은 출석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역력한데 학생들은 2학기 수업일수가 짧은데다 까딱하면 학점취득을 위한 4분의3 출석을 못해 F학점을 받게된다고 전전긍긍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그것이 서울대에서만 끝나지는 않아 9월초에 연세대가 지난 1학기 성적평점 1.5 미달자 5백23명에게 가정통지를 했다고 발표하자 학점「노이로제」에 걸렸다고 학생들은 비명이다. 연세대는 71년도에 학점 미달자 39명을 제적하고 1백50명을 낙제시킨 일이 있었다.
대학가 가을 축제의 막을 여는 서울대교양부의 「횃불제」와 단국대 「한남축전」은 학생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고있다.
25일∼30일의 「횃불제」는 우선 택일에서부터 골치를 앓아야했다. 막상 정해놓고 보니 학생들은 추석날부터 10월3일까지를 학교에 안나오고 즐기는 날로 계획하고있어 당황한 학생회 측은 「프로그램」으로 유인작전을 펴고 있으나 별다른 묘안이 없어 고민 중이라고 한다.
한편 26일∼30일까지의 한남축전은 가점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축제기간 중 각종 행사에 결석 없이 참석하면 그 기간 중의 각 과목 평가에 5점씩을 가산해주기로 했다. 교무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은 학생들의 참여정신을 높이고 협동의 풍토를 조성한다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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