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기자는 취재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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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4일 하오 6시45분 서울 회담 합의 문서는 단 3분만에 황급히 서명, 교환됐다.
쌍방이 본 회담에서 합의 문서 작성에 실패한 뒤 실무 회담이 분주히 진행되어 어떤 타결이 예상되긴 했지만 이 같이 어이없이 처리할 줄은 몰랐다.
이날 하오 대표단은 지방 관광에서 돌아와 4시부터 점심을 들고 영화를 본 뒤 6시부터 어떤 움직임이 보였다. 6시15분 북쪽 기자들이 모두 「로비」에 나와 앉았다. 영빈관의 이후락 조절 위원장의 「리셉션」에 갈 채비인줄만 알았다. 북의 기자들 간에는 서명식이 있을 것 같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때 우리 기자는 지난번 북행 기자 6명만이 영빈관에 갈 참이었다. 적십자 취재 기자나 「풀」 기자는 전혀 없었고 6명의 북행 기자도 「카메라」등 취재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였다.
6시30분 정주년 대변인이 나타났을 때의 대화-.
정=빨리 『버스를 타시오.』
기자=『서명식이 있다는데.』
정=『그런 것 없습니다. 기자들이 있으면 서명이 안 됩니다.』
따돌림을 받은 채 버스에 기다리고 있던 우리 기자들에게 6시40분에 정 대변인이 나타나 『상황이 달라져서 지금 서명식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이라도 빨리 들어오시오』라고 전했다.
기자들은 우르르 「렉스·룸」으로 몰렸다. 북의 기자는 20명 전원이 참석했다.
쌍방 대변인의 합의서 낭독이 2분, 수석 대표의 서명이 1분, 도합 3분만에 합의서 교환은 끝났다.
정 대변인의 오도 때문에 이 「단숨 회담」에는 뒤늦게 도착한 「풀」 사진 기자 1사람만이 이 장면을 찍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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