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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만난 바이든 "중국 방공구역 우려 시진핑에게 전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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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바이든(左), 아베(右)

‘6일간의 CADIZ(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외교전’이 시작됐다.

 한국과 일본, 중국 순방에 나선 존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2일 밤 첫 목적지인 일본에 도착, 3일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한 시간여 동안 회담을 했다. 두 사람은 이후 공동기자발표를 했다. 이들이 내놓은 메시지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역시 CADIZ 문제였다.

 바이든은 “(중국이 설정한 CADIZ는) 지역 긴장을 고조시켜 사고와 오산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중국을 비난했다. 아베도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묵인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자위대나 미군의 운용을 포함한 양국 대응은 전혀 변경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모레(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때) 이런 우려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ADIZ 문제에 있어 두 나라의 찰떡 같은 공조를 국제사회에 과시한 것이다. 다만 4일 중국을 방문하는 바이든의 입장을 고려, ‘철회’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다.

 이 같은 미·일의 공동 대응은 한국이 처해 있는 입장과는 미묘한 차이가 난다. 한국으로선 자칫 ‘한·미·일 공동 대응’에 나설 경우 중국에 오해를 줄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또 새롭게 발표할 예정인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이 일본이 설정해 놓은 곳과 일부 겹칠 공산이 커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이런 현실적 한계를 5일 방한하는 바이든 부통령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주장을 관철하느냐가 이번 외교전의 핵심 포인트다.

 바이든은 이날 오후 아베 총리와의 회담뿐 아니라 2시간에 걸친 만찬 자리에서도 한국 문제를 비중 있게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기자발표에서도 “미국에 있어 같은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의 협력을 보다 밀접하게끔 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시간을 들여 논의했다”고 밝혔다. 틀어진 한·일 관계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상당히 강하게 전달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은 “미국은 일본과 한국을 화해시키는 중재자가 아니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고 한다. 다만 “두 나라의 사이가 좋으면 미국의 국가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못 박았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아베 총리의 이웃 나라에 대한 노력을 난 목격하고 있으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한국과 중국에 대한 정상회담 개최 촉구 등 아베가 보인 일련의 언행을 미국이 높게 사고 있음을 확실히 한 것이다. 이는 한국과 중국에 대한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바이든은 또 일·중 관계에 대해 “이번 사태(CADIZ)를 통해 양국 간 위기관리 메커니즘, 의사소통의 효과적 채널이 필요하다는 게 명확해졌다”며 ‘새로운 합의’를 일본에 촉구했다. 그는 “내 부친은 ‘의도하는 충돌보다 더 심한 충돌은 딱 하나다. 그건 의도하지 않은 충돌이다. 오산과 실수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도 했다.

 이는 센카쿠 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의 돌발적인 무력충돌 가능성, CADIZ에서 중국 전투기의 긴급발진(스크램블) 등 자칫 잘못하다간 일·중 간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양국 간 ‘핫라인’ 설치를 건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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