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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은 김신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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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상자들의 ‘5기통 춤’ 2013 K리그 대상 시상식이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다. MVP 김신욱(울산), 영플레이어상 고무열(포항), 개그맨 이기쁨, 베스트11 김치곤(울산), 득점왕 데얀(서울·왼쪽부터)이 시상대에 올라 걸그룹 크레용팝의 ‘5기통 춤’을 추고 있다. [뉴시스]

올해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이 인기다. 식인 거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K리그판 ‘진격의 거인’ 스토리는 좀 다르다. 키 1m97.5㎝의 장신 공격수가 K리그 클래식을 평정하는 내용이다.

 ‘진격의 거인’ 김신욱(25·울산)이 2013년 K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김신욱은 3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축구기자단 투표 113표 중 90표(79.6%)를 받아 이명주(12표·포항)와 하대성(11표·서울)을 제치고 MVP(상금 1000만원)에 올랐다. 김신욱은 1999년 안정환(당시 부산), 2010년 김은중(당시 제주)에 이어 세 번째로 준우승팀 MVP가 됐다.

 김신욱에게 2013년은 다사다난했다. 올여름 대표팀에서 뻥축구 논란의 중심에 섰고, 병역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유럽 진출이 불발됐다. 김신욱은 박주영(28·아스널)의 경기 영상을 보며 연구하고, 일본인 피지컬 코치와 특별훈련을 하는 등 절치부심한 끝에 ‘진화한 거인’이 됐다. 미드필드 지역으로 내려와 동료와 펼치는 협력 플레이를 익혔고, 머리뿐만 아니라 발도 잘 쓰는 공격수로 거듭났다. 김신욱은 올해 19골(헤딩 8골, 발 11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아픔도 있었다. 김신욱은 포항과 정규리그 최종전에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벤치에서 뼈아픈 준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데얀(32·서울)과 골 수는 같았지만 경기 수(데얀 29·김신욱 36)가 많아 득점왕도 내줬다. 그러나 김신욱은 올 시즌 ‘K리그 언터처블(untouchable)’로 MVP 수상 자격이 충분했다. 감독상을 받은 황선홍(45) 포항 감독은 김신욱에 대해 “단점이 거의 없고, 우리 팀이 가장 무서워하는 선수다. 굉장히 위협적이고, 파워풀하다. 울산전을 앞둔 최용수 서울 감독과 통화한 적이 있는데 ‘신욱이는 외국 안 나갑니까’라고 농담하더라. 월드컵에서 최고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김신욱은 시상식 전 “포항과 최종전을 앞두고 금식 기도를 했다. 득점왕 등 개인 욕심을 버리고 팀이 하나가 되기를 바랐다. 내가 뛰었어도 졌을 거다. 다만 패배의 아픔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고 말했다.

 개인상에 큰 욕심이 없었던 김신욱은 이날 세 차례나 무대에 올랐다. 축구팬이 뽑은 ‘아디다스 올인 팬타스틱 플레이어(FANtastic Player)’와 공격수 부문 베스트 11에도 선정됐다. 김신욱은 “MVP는 축구의 아버지 김호곤 감독님과 울산 동료 등 많은 분이 내게 준 선물이다. 제 축구가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늘 처음을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영플레이어상은 고무열(23·포항)에게 돌아갔다. 신인상을 계승한 영플레이어상은 만 23세 이하, 국내외 프로 출전 햇수 3년 이내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고무열은 올해 34경기에 출전해 8골·5도움을 올렸다.

송지훈·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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