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일본 학교에서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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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번 주 커버스토리는 백, 그것도 명품 백이라고 불리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 백 이야기입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남자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하네요. 백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의 욕망인 동시에 남편(혹은 남친)의 재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도구이니 백 얘기만 나오면 남성들이 불편해하는 게 당연합니다. 한마디로 사줘도 찜찜, 안 사줘도 찜찜하다고나 할까요. 사실 여자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남자와 이유는 다르지만 사도 찜찜, 안 사도 찜찜한 건 똑같습니다. 맨날 사긴 돈 아깝고(혹은 없고), 안 사면 나만 유행에 뒤처진 것 같아 불안하니까요.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다는데 왜 새삼 명품 백 얘기냐고요. 결코 사치를 조장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백을 통해 남성에겐 여성의 심리를 좀 더 이해하는 기회를, 여성 스스로에겐 지난날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1990년 이후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 브랜드 백을 한자리에 모아 사진을 찍은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모두 소장자의 사연이 담긴 손때 묻은 백으로, 이번 촬영을 위해 여러분이 장롱 깊숙한 곳에서 꺼내 왔습니다.

 때마침 TV에서 복고 바람이 강하게 붑니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때문인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1994년을 추억하는 글이 넘쳐나네요. 아마 많은 여성에겐 이 백들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흘러간 노래만큼이나 지나간 시절을 추억하게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10~11면의 엄마가 쓰는 해외 교육 리포트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흔히 한국 교육 시스템이나 사교육 열기, 심지어 왕따 문제까지 교육과 관련한 많은 부분은 일본에서 건너왔다고들 얘기합니다. 그러나 이 글을 읽어보면 정작 꼭 필요한 건 못 받아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지난 6월 12일자 江南通新에서 커버스토리로 중학교 수행평가 문제를 다룬 걸 기억하실 겁니다. 사과를 한 번도 깎아본 적 없는 애들이 중학교에 올라가 느닷없이 사과 돌려 깎이 등 수행평가를 보는 탓에 한바탕 소동을 피운다는 걸요. 학교에서는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전혀 가르치지 않다가 갑자기 시험을 통해 아이 혼자 배우라는 식이죠. 반면 일본은 유치원·초등학교에서 평생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을 다 가르친다고 합니다. 칼질이 위험하다며 못 하게 하거나 아직 어리니 신발끈을 묶어주겠다고 하는 대신 혼자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도와준다는 겁니다.

 이런 건 우리가 아무리 일본이 못마땅해도 꼭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메트로G팀장=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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