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우 한적 총재 축사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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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인도주의」가 적십자의 기본 정신이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과 「중립」이 적십자의 자세이며 결코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 희생적 「봉사」가 바로 적십자의 행동입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금년의 적십자 세계 표어는 『인도의 가교』 입니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모든 곳에 인도주의의 다리를 놓는다는 것입니다.
이 인도주의의 가교를 가장 빨리, 가장 성공적으로 놓은 것은 바로 우리들 남북 적십자 인들이라고 본인은 이 자리에서 자랑스럽게 외치고 싶습니다.
지난해 8월12일 전임 최두선 총재의 『가족 찾기』 제의는 북한 적십자 회의 열렬한 환영 속에 수락되었으며, 만 1년간에 걸친 양측 적십자 인들의 꾸준한 노력과 5천만 민족의 뜨거운 성원은 드디어 4반세기에 걸친 두터운 장벽을 뚫고, 또 험준한 계곡을 넘어 서울과 평양 사이에 「인도의 가교」를 놓게 되었던 것입니다.
1972년 9월13일, 오늘은 우리 겨레의 자랑스럽고 꿋꿋한 자주적 역량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후세의 역사는 이날 바로 이 자리를 조국 통일로 향하는 굳건한 다리를 놓은 뜻 깊은 날이라고 기록할 것입니다.
남북 적십자 회담을 통하여 우리는 서로 신뢰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의 기풍을 바로 잡고 민족적 사명감에 불타는 성실한 역군으로서의 자세를 확립해야할 것이며 이러한 마음과 자세가 바로 통일의 초석이 됨을 명심해야 될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서로의 차이점을 찾아서는 아니됩니다. 지금 이 자리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야할 자리입니다.
전망이 뚜렷하지 못한 일들은 뒤로 미루고 확실히 가능한 일을 앞세워야하며 이념과 체제를 달리함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얽히고 설킨 문제들은 동포의 정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의 뒤에 다루어져야할 것입니다.
바라건대 모든 소임을 다 마치고 돌아가시는 날 북녘에 계시는 1천5백만 동포에게 다음과 같이 전하여주십시오.
『남녘에 있는 3천5백만 동포들이 감회 깊고 정성어린 안부를 전하며 아울러 이 적십자 회담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어 서로가 얼싸안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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