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4)봉제완구「디자이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장식용으로 보는 인형이 아닌, 어린이들이 만지며 갖고 노는 인형들은 대부분 봉제품이며 이것들은 예전엔 어머니의 솜씨로 만들어지던 것이었다. 그러나 요 근래엔 주요한 수출 품목에 끼일 만큼 국내외로 봉제 완구가 대량 생산이 되고 있어 미적 감각과 유행을 지닌 것으로 바꾸어지고 있다. 따라서 전문적인 봉제완구「디자이너」가 출현하게 되고 외국에선 이미 상당한 수준과 대우를 받고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봉제 완구 제작은 4, 5년전까지만 해도 주로 외국인형을 그대로 모방하여 만들어내는 정도였으나 점점 독창적인 전문 「디자이너」들이 등장, 70년 이후에는 작품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한국의 봉제 완구 수출은 72년 목표액이 6백50만「달러」이며 8윌 말 현재 4백11만「달러」의 실적(완구진흥회 집계)인데 현재 20여 개 회사에서 수출 전문 생산을 하고있다.
각 수출 회사에는 1명 이상의 전속「디자이너」를 두고있으며 이들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원도 서울에만 10여 군데 된다.
그밖에 국내 시장을 상대로 하는 소규모 공장과 특히 가정 주부들의 부업을 위한 기술 습득 강습소는 요근래 부쩍 늘어 많다.
『봉제 완구는 언뜻 보기에 누구나 「디자인」할 수 있고 쉽게 만들 것 같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것인 만큼 남 다른 기술과 「센스」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최소한 1년 이상의 수련을 쌓아야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밟을 수가 있다.』 8년째 봉제 완구 「디자인」을 해온 부정순씨(여광물산 전속「디자이너」)는 봉제 완구 「디자인」은 첫째 「아이디어」와 어린이에 대한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봉제완구로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곰과 개인형이다. 그렇지만 나라에 따라 시대에 따라 같은 곰이라도 언제나 새롭고 색다른 인형이 나온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바로 이러한 개성 있는 완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부 여사는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물의 형태에서부터 생활까지 모든 것을 알아야하며 인형으로서의 한순간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센스」, 그리고 색채나 질감에 대한 지식, 예리한 미적 감각이 요구된다.
외국의 동물인형 「디자이너」들은 동물원에서 동물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그들의 특징을 알아내려고까지 할 정도.
『장난감 인형들은 어린이들의 취향에 맞추어 장난스럽게 기발한 것들이 환영받고 있어요. 사실적인 것보다는 오히려 상징적인 것을 찾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특히 수준 높은 「아이디어」를 발휘해야지요.』
부 여사는 여기에 어린이들의 꿈을 키우려는 『어머니 같은 정성』을 특히 강조한다.
마음대로 만져도 다치지 않을 것, 물고 빨아도 해롭지 않을 것, 그리고 정서적 교육도 곁들여야한다는 것. 이런 것들은 외국의 「바이어」들이 수입하러와서 견본을 고를 때 보면 특히 엄격하여 싼값만 찾는 국내 상인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봉제 완구의 재료는 어린이들에게 해롭지 않은 모든 헝겊이면 된다. 국내 시장에는 겉감들은 다양하게 비교적 좋은 것들을 구할 수 있으나 「디자인」의 「포인트」가 되는 눈·코·입 등을 만들 부자재와 「액세서리」 등의 장식물을 마음껏 구할 수 없어 「디자이너」들에겐 큰 어려움이라고 한다. 아직 시장이 넓지 못하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따라갈 만큼의 장식품들의 생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의 수출 회사를 중심으로 봉제완구 「디자이너」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그 수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아직 「디자이너」들만의 단체도 없고 양성소도 어떠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네의 수예점에서 하는 무료 강습회까지 계산한다면 수적으로는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처럼 전문화된 분야로서는 아직 초창기를 못 면했기 때문에 전문 「디자이너」는 대부분 여성인데 10명 안팎으로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우리나라의 전문 「디자이너」들이 해야할 것은 한국적인 것의 개발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한국 거」이라고 알아낼 만큼 특징 있는 완구를 아직은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부 여사는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일본 책에서 베껴내던 경향은 조금씩 없어지고 있으며 봉제 완구에의 요구는 언제나 늘어만가는 것이기 때문에 「전망」은 밝다고 말한다.
현재 각 회사 전속「디자이너」들의 대우는 월급이 대부분 5만원 이상. 웬만큼 큰 수출 회사는 평균 7만원 정도라고 한다. 개인적인 수입으로는 후진 양성이나 완구 판매인데 그 수익은 국내 시장의 경우 「덤핑」과 모방이 심해 독창적인 것이라도 「디자인」료가 계산될 만큼은 못된다고 한다. <윤호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