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협의 새 국면 개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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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일 정기각료회담이 5일∼6일 이틀동안 서울에서 열린다. 남북 적십자회담의 개막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가 격동하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의는 양국관계일반 및 국제정세평가, 양국 경제정세평가 및 경제협력문제 등을 가지고 정부간 협조를 다짐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 같은 의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새로운 「아시아」정세 속에서 한·일 두 나라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토의해 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의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키는 점은 일본의 전중 신내각이 새로운 국제정세의 전문과정에서 등장했다는 사실이며 때문에 앞으로 이 새 내각의 대한정책이 어떤 모습을 띨 것이냐 하는 점을 이번 회의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특히 전중 내각은 대 중공관계의 정상화를 최우선적인 외교과제로 삼고 있는데 이 점이 전중 내각의 대한정책에 어떻게 반사될 것인지 주목해야 하겠다.
그 동안 중공은 이른바 주4원칙을 제시하여 일본의 대한협력관계를 견제하려 했던 것이므로 일·중공관계가 한·일 협력관계에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그러한 점을 배려해서 이번 회담에서는 한·일간의 장기협력체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생각으로 있는 것 같다.
특히 정부는 재정차관위주의 자본협력문제를 제의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할 만한 제의라 할 것이다. 즉 하나는 제3차 5개년 계획의 소요외자 중 대일 도입분을 이번 회의를 통해 확보함으로써 3차 계획상의 재정문제를 안정성 있게 굳혀두자는 뜻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이처럼 장기적인 협력체제의 확립을 제의한 이상, 일본측도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으로 유도되리라는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한·일간의 현안문제라 할 무역수지 역조문제, 공업소유권문제, 해운협정문제들은 한·일간의 장기협력방향이 어떻게 타결될 것이냐에 따라서 쉽게 풀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즉 장기협력관계가 원만히 타결될 수 있다면 공업소유권 문제와 해운협정 등에 있어 우리측이 양보할 공산은 크다. 마찬가지로 장기협력관계가 원만히 타결될 수 있다면 한·일간의 무역수지 역조관계를 시정하는 방안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일본경제는 국제적으로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어 새로운 방식의 수출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에 있다. 그러므로 한·일간의 장기협력체제가 굳어지면 일본경제는 한국을 발판으로 하는 삼각수출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국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며 동시에 이를 계기로 우리도 획기적인 수출증대를 기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동이익을 추구하려 한다면 일본도 우리 상품에 대한 각종 장벽을 완화시켜 한·일간의 무역수지역조 폭을 줄여 가는데 성의를 보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한·일간의 장기협력체제가 어떻게 타결되느냐에 따라서 한·일간의 주요 현안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도, 그렇지 아니할 수도 있는 것이며 이런 뜻에서 우리는 이번 회의에서 장기협력문제가 원만히 타결되기를 크게 기대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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