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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된 시야…제대로 안 보여준 평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4박5일 동안 평양취재를 마친 서울의 기자들은 그 동안의 취재 활동은 『비록 제약된 접촉이었으나 사명감을 지니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귀환 길에 오른 대한민국신문·통신 공동취재단 지사장 진철말 씨는 2일 새벽 대한적십자 「프레스·센터」의 취재기자들과 서울∼평양 직통전화를 통해 그 동안의 취재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문=지난 29일 서울을 떠나 북한 땅에 들어섰던 처음과 평양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감회는 어떤가.
▲답=신문기자는 원래 정신이 없어서 정상적으로 느낄 것을 못 느끼고 넘어가기 쉽다. 남이 느끼는 것을 전달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할 것은 정리를 잘못할 때가 많다. 이번에는 제약도 많았고 그것을 극복하자니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지난 29일 판문점을 넘어설 때 생각은 남의 말을 듣고 북한 사정을 어느 정도 아는 것 같지만 사실상 어떤 미지의 세계에 뛰어 드는 것 같아서 만사가 뜻하는 대로 될 것인지 크게 걱정이 앞섰다.
지금 생각으로는 내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은 아니지만 우선 신문기자로선 전화가 잘 통하게 되고 하루에 전송사진도 10여장씩 나가고 방송이 즉각 보도되고 해서 우리 보도진은 여러 가지를 나눠 맡아서 적지 않은 양의 보도를 하게됐다. 이런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나 과연 이 짧은 시간에 우리가 북한을 제대로 보았는지? 여러 가지 제약도 문제였지만 우리가 제대로 보아야 한다는 그 사명을 다했느냐? 우리가 서울에 전한 소식이 모두 알찬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겸허한 태도를 가져야겠다. 문제는 이번 여행이 첫길인데 차차 제약도 덜어질 것이고 우리도 좀더 침착하게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게될 것이다.
시간의 여유와 마음의 여유를 얻게되리라고 믿는다.
그 동안 너무나 벅차고 감격적인 일이어서 한편 취재하고 한편으로는 참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짧은 시일이지만 기자들이 지쳐있다.
▲문=북한 요인들을 보고 우리들의 적십자 방침에 대해서 느끼는 것은.
▲답=한마디로 희망적이다. 그러나 감각의 차이라고 할까…그들은 정리된 생각을 가지고 만사를 그 테두리 안에서 처리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측은 무슨 생각이 없어서는 아니지만 인간적인 접촉에서 오는 이론을 넘어서는 뭔가 필요한 그 무엇을 갖고있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있다. 그러나 남북의 차이가 무엇인가는 좀 두고보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소프트·어프로치」로 나갔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먹어들어 갈 수 있었던 것인지도 좀 두고보아야겠다.
이곳사람들도 위로가면 갈수록 터놓고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문=본 회담을 취재하느라고 분주했겠지만 욕심 같아서는 궁금한 일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보고 싶었지만….
▲답=본 회담이 워낙 큰「뉴스」이고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기대에 어긋난 점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문=기자들의 보도활동에서 처음에 예상했던 것과 결산 사이에 어떤 차이를 느꼈는가.
▲답=우리기자들이 기대를 너무 크게 했는지 모르겠다.
▲문=북한거리의 인상은.
▲답=솔직이 말해서 조금 신비스럽다. 그러나 성격은 잡을 수가 없다. 도시의 거리라는 것은 사람이 다니는 거리인데 행인을 접촉하지 못하고 그 길을 발로 걸어보지도 못했으니 그 거리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었다.
우리는 「벤츠」를 타고 느려야 시속60㎞, 빠르면 1백20㎞ 속도로 다녔다. 도심에서는 이런 환경이었다.
외면상의 인상은 서울거리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정돈이 잘되어있고 거추장스런 간판이 없고 말쑥한 편이다. 인도도 넓고 차도도 넓고 깨끗해 보였다. 서울서 온 사람은 서울에서 공해를 불평하지만 여기 오면 심심하고 너무 단조로움을 느낀다.
▲문=기자들이 만난 평양시민들은 몇 명이나 되며 또한 어떤 류의 사람들인가.
▲답=숙소에서 시중을 들어주는 사람들, 기자안내원들(2명에 1명) 「쇼핑」할 때의 점원, 탁아소선생, 아동궁전의 교관들과 학생들을 만난 것뿐이다. 그밖에 만난 사람은 없다. 거리에서 본 일이 없기 때문에.
▲문=북한여성의 인상은.
▲답=여자들은 적극적이었다. 뭔가 물어보면 대답도 시원스럽게 했다. 이것은 우리가 만난 북한여성들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문=숙소의 음식은 어떠했는가.
▲답=어쩐지 지방에 출장 온 것 같은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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