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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받은 「북의 안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장벽은 막혔어도 북에서 전한 안부는 금새 남쪽에서 화답이 나왔다. 살아 있는 사람끼리 주고 받는 맘이 전해진 것이다. 31일 하오 「조국통일민추전선」의 창단의 한 사람인 노량과 용서기국장 허정숙의 기자회견 내용에서 그들의 입에 오르 내린 서울의 이윤영(전국무총리서리), 한경직목사 (영악교회목사) 그리고 허정숙의 동생 허근욱여사(여류작가)는 새삼 감회에 젖어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전 국무총리 서리이며 조선민주당 당수였던 이윤영옹은 강양욱이 안부를 물었다는 소식에『그 사람도 교회목사였기 때문에 큰 집회 때마다 자주 만나 서로가 잘 알고 있다. 기별을 듣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옹은 바로 한적 수석대표인 이범석씨의 장인. 평양 남산면 감리교회의 목사였던 이옹은 강의 부인이 그 교회의 열렬한 신자였으며 강은 서평교에 있는 장로교회의 목사로 일하면서 일제 때부터 공산주의 활동을 해왔다고 했다.
강은 해방 후 공산당 간부로 있으면서 이옹이 조만직선생과 세운 조선민주당의 위원장직을 맡았다는 소식도 들었고 월남하기 직전에도 잠시 본 기억이 있다는 것. 김일성의 외삼촌으로 북한의 실권자. 이옹은 이수석대포의 부인 이정숙여사의 부친이 기도하여 회담결과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고 했다.
○…영악교회 고문목사인 한경직씨(69)는『강목사를 알고는 있으나 별다른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한목사는 강이 자기 연배로 기억된다면서『10년 전 숭인상업학교 성경선생으로 있으면서 교양교의에 있는 갈림리교회 전도사 일을 맡았었는데 그때 안 것 같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간혹 숭실학교 강당에서 열렸던 강연회나 토론회에서 만난 것 같으며『강은 당시 간준고점교회 목사로 기억되는데 해방 후 그가 김일성과는 인적관계에 있어 북한기독교연맹을 조직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옥사는 김일성의어머니 이름이 강반석인데 「반석」이라는 이름이 여자기독고인들에게 붙여주는 것으로 보아 김일성의 어머니도 기독교인이었음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한목사는 『강을 만나고싶으냐』는 질문에『물론 만나고 싶다』면서『그를 만나면 북한에 교회를 재건하는 일과 6·25 때 납치 또는 행방불명된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의 소식을 알려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허정숙의 이복동생으로 서울에 살고 있는 여류작가 허근욱여사 (서울성북구창동93) 는 허정숙이 기자들과 만났다는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적십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방관자의 위치에서만 보아왔는데 막상 가족들의 소식을 듣고 보니 벅찬 감격에 가슴이 메어진다』고 했다.
허여사는 47년12월 이화여대 국문과 2학년 재학중 가족을 따라 월북, 원산에서 허정숙을 처음 만났다.
마지막으로 언니를 본 것은 50년8월. 당시 문화선전상이었던 허정숙은 그를 찾아간 허여사에게 『너 왔느냐』며 놀라했으나 경황 없이 헤어졌다는 것. 허정숙은 전 북한부수상 허창의 딸. 어머니 유덕희씨와 언니, 동생 등 가족 5명을 북한에 두고 50년12월에 윌남한 허여사는 귀순병들을 통해 가족들의 소식을 듣기는 했으나 공개적으로 안부를 전해 듣기는 처음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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