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디지아」올림픽 축출 싸고 아주 흑백 분규|영국에선 저희들도 인종차별 한다고 꼬집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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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니, 저희들도 태연히 인종차별을 하고있는 판에 무슨 낯짝으로 「올림픽」을「보이코트」하느니 어쩌니 하고있단 말이요. 검둥이가 하는 인종차별은 죄가 아니랍니까?』
며칠 전 「뮌헨·올림픽」의 「로디지아」참가문제를 둘러싸고 「아프리카」국가들의 항의가 빗발칠 때「런던·타임스」지에 실린 독자편지의 한 구절이다.
『저희들』이란 「아프리카」의 흑인국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탄자니아」를 비롯한 근 열 개의 「아프리카」국가들이 「뮌헨·올림픽」에서 인종차별 인접국 「로디지아」의 추방을 관철시킴으로써 「뮌헨·라운드」에서는 일단「흑 승리」로 끝이 났다. 이들이 「로디지아」의 축출을 고집한 까닭은 한줌도 안 되는 백인들이 「로디지아」에서 다수 토착흑인들을 「고약하게」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받아들이는 영국을 위시한 백인국가에서의 반응은 꼭 흑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만은 아닌 성싶다. 우선「미스터·올림픽」 「브런디지」1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장이 이번 결정을 『올림픽」의 「정신」이 정치적인 「힘」에 패배했다』고 끝까지 고집하는 것을 봐서 알 수 있다.
게다가 「런던·타임스」지의 독자 입에서 『저희들은 어떻다고』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니 얘기 치곤 꽤 우울해진다. 이에 앞서 「우간다」의 『한다면 한다』는 배짱의 사나이 「아민」대통령이 황인종 추방을 내린바 있어 눌리고 눌렸던 「아프리카」인의 「치도곤」은 이 뒤 검은 대륙에서 펼쳐질 흑인에 의한 인종차별의 전조인 것 같다.
그러나 식민지로부터의 독립 후, 서투른 정치솜씨에 나라살림 꼴은 어렵고 『슬슬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군부의 야심이 끊임없이 도전해와 권좌에 불안을 느끼는「아프리카」지도자들이 내국불만의 무마책으로 계속 「아민」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이를테면「반 흑색감정」이란 것이 정치적 방편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를 두고 「런던」의 한 신문독자는 『편집자 나리, 「블랙·파워」란 도대체 뭘 하자는 운동이었죠?』라고 꼬집었다. 【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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