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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립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복궁 안에 새로 지은 국립중앙박물관이 25일 드디어 개관을 보게 되었다.
박물관 새 청사의 위치와 설계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여러 가지 시비가 분분했다. 그러나 그 같은 시비를 뚫고 착공한 지 만 5년 9개월만에 새 박물관 청사는 결국 완공되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시비는 이제 그 자체가 하나의「역사」가 되는 수밖에 없다. 탄생의 역사에 어떠한 시비가 따라 일었건 말건, 일단 태어난 자식은 미우나, 고우나 그저 고이 기르는 일만이 앞으로 남은 도리라고 할 것이다.
기왕에 새집이 마련되었으니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기회에 새 부대에 담을 수 있는 새 술도 마련해주기를 우선 우리는 당부하고자 한다. 아무 일도 않기 위해서는 박물관처럼 편한 보물의 「창고」도 없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와 같은 문화재의, 이를테면『제2의 영면』을 위해서 그 엄청난 비용을 쏟아 새 청사를 마련한 것은 아닐 줄 믿는다.
「유럽」에선 예전부터 박물관을「피플즈·유니버시티」(민중의 대학)라 일컬어 왔던 터였다. 하물며 정보환경과 지식의 변경이 무한대하게 확대되어 가는 현대에 있어선 박물관의 사회교육적 구실은 더욱 증대되어가고 있다 할 것이다.
교육이 이뤄지는 기간이 형식교육의 테두리를 벗어나 「평생교육」으로 연장되고 교육이 이뤄지는 장소가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모든 사회공공의 장소와 시설로 확장되어 가는 현대에 있어 박물관은 학교교육의 첫 보조기관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곧 하나의 학교라 해서 마땅한 것이다. 그렇기에 박물관은 수동적인 보존의 기관일 뿐만 아니라 능동적인「프로그램」을 가진 움직이는 연구와 교육의 기관이 되어야 하겠다는 얘기가 된다. 그것이 곧 우리가 새 부대에 요구하는 새 술의 내용이다.
「국립중앙」의 박물관은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국제적인 교류의 기관이고 또 그래야만 될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중앙박물관의 이 같은 국제화에 대한 요청과 함께 또 하나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그의 현대화이다. 그것은 중앙박물관의 「종합박물관」적인 성격이 요청하는 또 다른 당위라 할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머리에 얹고있는 신축 박물관청사의 말썽 많은 건축양식이 하나의 그릇된 상징이 되지 않기를 당부하고자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국립종합박물관은 단순히 「과거」의 문화재만을 보존하는 기관으로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현재」의 문화재와「현대」의 예술품을 수집 수장하는 데에도 앞장서주기를 촉구해 마지않는다. 민주적인 시민사회에 있어선 국가가 바로 최대의 예술수집가이며 최고의 예술보호자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우리는 보기 때문이다.
끝으로 고궁 터를 좀먹고 고궁의 공간적 균형과 통일을 깨뜨리는「건축폭행」은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완공을 계기로 해서 그것으로써 마지막을 삼아달라고 한마디 고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궁은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공간예술이요, 그의 넓이와 여백은 결코 의미없는 우연한 잉여가 아니라, 고궁의 예술적 통일과 완성을 위해 불가결한 필수요건이다. 덕수궁의 한 모퉁이를 좀먹고있는 중앙공보관의 「바로크」건물은 비단 심미적 견지에서 고궁에 대한 건축폭행일 뿐 아니라, 철학적인 차원에서도 한국미에 대한 최악의 공해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이미 뜻 있는 내외국 인사가 누누이 지적한 바와 같다. 덕수궁 안의 공보관 「바로크」건물을 하루 속히 철거 이전해주기를 이 기회에 우리는 문공부에 강력히 충언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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