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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없는 「캠퍼스」|방학중 대학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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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더운 여름에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캠퍼스」를 떠나지 않는 극성파대학생들이 있다. 본격적인 「스포츠·시즌」을 앞두고 「하드·트레이닝」에 열을 올리는 각종운동선수들이 있는가하면 연구실에 틀어박혀 「플라스코」와 책 속에서 여름을 보내는 학구 파가 있다. 그 중에서도 올 가을에 3개의 큰 전시회를 맞는 홍익대 미술대 실기실과 여성교양독서를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는 덕성여대의 도서관은 작품제작과 독서로 한더위를 잊은 학생들이 가득 찼다.

<대전 앞두고 창작일념 뿐|매일 7백 여명 등교 밤10시 귀가|홍대 미술과>
『입상을 꼭 해야되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자기만족을 얻고 더위도 잊는다』는 이경희양(홍대 서양화2)은 이마의 송송한 땀을 손등으로 씻으며 허리를 폈다. 도시락을 싸들고 아침에 나와 저녁까지 그림을 그린다.
덩그러니 놓인 바둑판을 가운데 두고 승무, 문화재 등의 그림이 한참 진행중인 동양화실에서 제철공장의 작업광경을 그리던 염규식군(동양화2)은 아침8시에 나와 저녁10시에 귀가할 때까지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휴식시간에 바둑을 즐긴다.
학기말시험이 끝난 지난7월3일부터 매일 아침9시에서 저녁10시까지 계속 나오고있는 정대복 양(동서양화4)은 그 동안 9개의 작품을 완성했고 이 달 말까지 또 다른 작품을 제작해갈 예정이다. 더위도 잊은 채 매달리는 『미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폼」만 인간일 뿐이다』라고 기염을 토하면서 그는 화필을 다시 잡는다. 지금 실기 실에 나오고있는 학생들은 7백80여명에 이른다. 이는 미술대 생 거의 전부에 해당하는 숫자다.
미술을 하는 학생들이 한더위에도 이렇게 열을 올리는 것은 3개의 큰 전시회를 눈앞에 두고있기 때문이다. 홍익대의 종합대학 승격을 기념하여 9윌1일∼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교내전을 「스타트」로 하여 12일∼18일에는 제3회 전국대학 문화예술 축전의 대학미전이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가 끝나면 곧이어 일본 대판 예대와의 교류전이 10월12일∼22일 대판에서 열린다.
학생들의 이러한 열의에 교수들도 외면하고있을 수 없어서 매일 한사람씩 교대로 실기 실을 지키고 지도한다.
남녀대학생이 반반인 인적구성으로 하여 실기실은 언제나 지저분하면서도 명랑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대개 작품의 경향은 동양화에 구상이 많고 서양화에 비구상이 많으며 조각에서는 인체를 소재로 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졸업생이며 서양화과 조교인 이두식씨는 말한다.

<덕성여대|연중무휴 독서 프로그램|「교양 쌓기」에 도서관 만원 이뤄>
「여성교양」이란 이름의 독서「프로그램」을 통해 덕성여대는 4년간 독서를 교양필수과목으로 하고 있다. 매달1권의 고전이나 현대 명저를 읽고 독후감 및 「세미나」를 해야하는 이 과목으로 학생들은 48권의 책을 졸업할 때까지 독파해야하며 방학이라고 해도 이 필수과목은 중단되지 않는다. 자연히 도서관은 만원이다.
8월 선정도서를 학년별로 보면 1학년이『사랑』(이광주)등 한국문학작품8권, 2학년이「펄·벅」의 『대지』등 미국문학작품 9권, 3학년이『부활』(톨스토이) 등 「러시아」문학작품 7권, 4학년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등 동서고전 8권 등 모두 32권으로 이 가운데 각각1권씩을 선택할 수 있다. 방학이기 때문에 문학작품을 주로 한「프로그램」을 제시했지만 연간계획을 보면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칼라일」의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체적인 선정도서는 문학·철학·예술론 등 16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부문별로는 문학33%, 철학15%, 일반사상15%, 종교9%, 석사7% 등의 순으로 배당되어 있다. 매달 평가를 받으며 한 학기에 1학점으로 졸업까지는 8학점을 취득해야한다. 이것은 다른 학점으로 대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평가는 매주 외래강사의 초빙으로 갖는 교양강좌와 책의 내용에서 출제하는 필기시험, 그리고 독후감으로 하고있다. 여성의 교양을 특히 강조하는 동 대학은 학생들에게 입학과 함께 월별, 학년별 필독서의 목록을 제시하고 있다.<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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