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공구역 철회" 공동 전선 … 밀착하는 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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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맨 앞)이 지난달 28일 동중국해에 근접한 육군 군구인 산둥성 지난군구를 방문해 사격 훈련을 마친 신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미국과 일본이 이번 주 초 공동 문서를 통해 중국에 방공식별구역의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3일 도쿄에서 열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회담 뒤 발표될 합의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양국이 조율 중인 문안은 “예기치 못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동중국해의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결정했다”(홍콩 주간지 아주주간 최신호)는 분석이 강해 미·일 양국의 압박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28일 동중국해에서 가장 가까운 육군 군구인 지난(濟南)군구도 시찰했다. 그는 신병 실탄사격 훈련 등을 직접 참관하고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강한 실전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일 대 중국의 구도가 선명해지자 일본 언론과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측이 역설적으로 아베 총리의 방위력 강화 노선을 도와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3일 발표될 합의문엔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의 명분으로 삼아온 ‘적극적 평화주의 노선’을 미국이 환영한다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지난달 29일 방공식별구역 내에 진입한 미군과 일본 자위대 항공기를 상대로 공군기가 긴급 발진했다는 중국 공군의 발표를 놓고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특이한 상황은 아니었다” “방공식별구역 설정 후 중국 측 대응이 달라졌다는 인상은 없다”고 했다. 긴급발진이 없었다고 단언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측의 대응이 신통치 않았다’는 취지로 깎아 내린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사전 통보 없이 매일 군용기를 출격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은 대규모 해군·공군 병력을 투입한 실탄사격 훈련으로 맞서고 있다.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비행체에 대한 합동 대응훈련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 민간 항공사들이 중국 정부의 요구대로 방공식별구역 내 비행계획을 중국에 통보하자 일본 정부가 당황한 눈치다. NHK는 “중국에 비행계획을 제출해도 좋다고 미 국무부가 용인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달리 일본 정부는 ‘비행계획을 제출하면 중국의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라는 논리로 항공사들을 만류하고 있다.

베이징·도쿄=최형규·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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