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득을 국민경제 발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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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3조치가 채무기업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것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를 정부가 왜 취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또 사채권자들이 협조하는지를 기업은 엄숙히 자성해야 하며 성실하고 신용 있는 기업가 정신의 확립만이 「8·3혜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된다. 사채신고 마감직후 박두병 대한상의회장은 본사기자와 대담하면서 『기업이 크게 반성할 때』라고 말했다.

<박두병(대한상의회장) 본사기자와 일문일답>
문=사채신고 총액이 3천5백억원이 넘었습니다. 이 계수를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활발한 기업활동 기대>
답=추정했던 숫자입니다. 이것은 곧 그동안 제도금융이 얼마나 제구실을 못했으며 그런 상황아래서 기업이 얼마나 사채의존 경영을 해왔는지를 단적으로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예금이나 주식으로 기업자금을 마련하는 풍토가 새삼 아쉬워집니다.
문=이번 조치가 앞으로의 우리 나라 경제나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요?
답=역시 금리부담의 경감 등으로 기업이 활발히 움직일 계기가 되겠죠. 그러나 문제는 이 땅위에서 이자놀이로 돈번다는 폐습이 사라지고, 선진국과 같이 정상적으로 기업자금 조달을 제도화할 수 있는 소지를 던져줬다고 생각됩니다.
문=기업인으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의미는?
답=사채의존으로 우리기업이 지내온 것을 생각할 때 사채권자에게 소홀할 수는 없습니다. 이분들의 채권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의미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건전 육성에 대한 책임도 아울러 져야겠다는 뜻입니다.
문=앞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애로는 어떤 것들일까요?
답=대부분의 중소기업을 포함한 일부기업은 부도 아니면 도산 직전이거나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일 것입니다. 앞으로 고갈된 자금상태에서 당장의 운영자금이 문제가 될 터인데 사채를 안 쓰고 또 쓰지 않기 위해 특별한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것이 당면한 첫째 애로가 아닌가 합니다.

<긴축효과로 성패가름>
문=예상되는 자금난의 해소 방안은?
답=역시 당국의 금용「사이드」에서의 지원이 절대적인 것이죠. 그러나 그것도 무턱대고 팽창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조치는 모든 면에서의 긴축효과로 성패를 가름해야 할 것이니까요. 따라서 그런 점을 감안한 산업합리화자금 등 단기운영자금의 중점방출 밖에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문=정부는 모든 면에서의 긴축효과를 거두기 위해 자금의 억제문제도 생각하는 모양인데요?
답=사실 과거의 승급은 물가상승을 감안하여 생활보장을 위한 인상이었습니다. 앞으로 물가를 연3%수준으로 억제한다는 것이 지상과제인 것으로 아는데 자금도 보조를 같이해야겠죠. 그러나 임금 고정과 억제가 근로자의 생활수준억제는 안되어야 할 것입니다.
문=일부에서 연16·5%의 배당을 보장할 수 있는 주식대체 등 채권보장을 위한 문제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요?
답=비공개법인의 경우,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현재까지의 법령에 의한다면 과점주주에 대한 사채의 주식전환은 가능하나 상법 등 제도적인 조치 없이는 안될 겁니다. 주식공개보다도 각 기업이 이번 조치로 얻었거나 얻을 이득과 이익금을 법정적립금만 제쳐놓고 나머지는 사채상환적립금으로 사내유보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될 것입니다.

<1년 후에나 결과 나와>
문=정부의 도매물가 3%선 억제가 과연 가능할까요? 일부기업에서는 제품가격을 2, 3% 정도 자진 인하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데요?
답=가·불가를 이야기할 수가 없지요. 현 단계로서는 기업인에게 주어진 지상과제가 아닙니까? 3% 수준이라는 천장을 뚫지 못할 바에야 모든 조치를 다해 따라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성향상·기술혁신·합리적 경영·낭비배제로 산업합리화를 적극 추진하는 길뿐입니다. 그래서 안되면 안 되는 것이죠. 1년 후면 1차 결과가 나타나지 않겠어요? 또 자진해서 제품가격을 인하한다는 문제는 경영면에서의 원가절감 등의 뒷받침 없이는 어려울 것입니다.
문=원가절감 등에 따른 기업이윤의 증가 분을 어떻게 국민에게 넘길 것 인지요?
답=직접분배는 있을 수 없겠지만 이번 조치로 얻는 이득은 기업육성에 재투자, 국민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되돌리는 길뿐이며 그것이 바로 앞으로의 기업사명입니다.
문=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겨야 될 터인데요?

<범민간 경제단체 필요>
답=이걸 계기로 기업가는 정신을 차려야죠. 전환기로 삼고 기업에 대한 사고방식을 달리해야합니다. 호화주택을 짓지도 말 것이며 고급차도 팽개치고 이제는 정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업가정신을 보여주고 그에 따라 국가발전 국민후생에 이바지한다는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할 뿐입니다.
문=이번 기회에 범민간경제단체의 필요성을 느낍니까?
답=절실히 필요합니다. 물론 현재의 각종 단체가 제나름대로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만 문제되는 중소상공인을 위하고 이들의 의견을 집약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한 단체로의 통합이 소망스럽습니다.
문=기업이 앞으로 정부와 국민에 바라고 싶은 것은?
답=우선 정부는 모든 정책수립에서 일관성과 장기성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또 기업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시킬 수 있는 기구확립도 필요합니다. 또 국민들에게는 과거처럼 기업가를 너무 백안시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기업가는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성실하고 합리적인 이득을 추구, 국민경제발전에 공헌할 것을 약속하기 때문입니다. <백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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