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논쟁

이동통신은 공공서비스 … 투명성 확보돼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통신요금 원가 공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이동통신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며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는 사실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를 놓고 “원가 공개로 통신요금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금 한국 사회는 혹독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민생고의 시대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 서민·중산층이 일자리 불안과 소득 정체 또는 하락, 과도한 교육비·주거비·의료비 등으로 인해 큰 부담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근심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통신비다. 그중에서도 이동통신요금으로 인한 부담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다.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5200만 명이 넘었고,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보통 집집마다 통신비로만 30만~40만원 정도를 지출하기도 한다. 실제로 통계청과 한국은행은 2012년 소비지출 중 식료품은 27.8%, 교육비 15.1%, 주거비 12.7%, 교통비 11.6%, 통신비 7%, 의료비는 5.8%를 차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계에서 통신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2%대)보다 3~4배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액은 전년 동기(13만8636원)보다 12%나 늘어난 15만5252원이었다.

 그래서 참여여대는 이동통신요금의 획기적 인하와 통신 공공성 회복을 꾸준히 촉구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담합과 폭리 의혹에 대해서는 공정위에 신고를 진행했고, 이동통신요금 원가 및 이동통신사 약관의 신고·인가 신청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평가 자료와 요금산정 근거자료, 그리고 요금 인하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체회의에 보고된 자료 등의 공개를 요구하는 공익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동통신요금 원가 및 요금 인하 논의와 관련한 대부분의 정보에 대해 방통위가 비공개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이동통신서비스가 국민의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로서 공공성이 크고 시장 특성상 독과점에 기반한 분야라는 점이다. 이 시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필요가 있음에 비추어 요금 결정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이동통신비용의 원가 총액과 그 원가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항목들의 수치를 공개하도록 판결했다. 사회 공공성과 국민 주권의 의미를 한 단계 신장시킨 기념비적인 판결이라 할 것이다.

 통신서비스는 다른 재화와 달리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공공서비스로서의 성격을 가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에 대해 공평하고 저렴한 통신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는 건 이 때문이다. 특히 이동통신서비스는 현재 국민 생활의 필수재로서 공공서비스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 그러므로 공익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그 영업의 자유에 대한 일정한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이동통신서비스의 원가 관련 자료에 영업비밀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요금의 원가 공개로 얻을 수 있는 투명하고 공공적인, 저렴한 이동통신요금의 책정이라는 공익 달성을 위해서는 이동통신사들의 영업비밀 보호는 일정하게 제한된다고 봐야 한다.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옛 방통위(현 미래부)는 이동통신서비스의 원가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이동통신요금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또 요금을 획기적으로 인하하라고.

글=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통신요금 원가 공개 논란은
2011년 5월 참여연대, 방통위에 ‘원가 정보공개’ 청구
7월 참여연대, 정보공개 거부 취소 소송 제기
2012년 9월 서울행정법원, “원가 자료 일부 공개하라”
참여연대·방통위 등 항소
2013년 10월 최문기 미래부 장관, “항소 취하할 것”
최 장관, “판결 후 결정”으로 번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