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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망 타고 동아프리카로 뻗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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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세기 벽두를 전후해 아프리카 대륙에 하나 둘씩 깔리던 철도는 서구 제국주의의 상징이었다. 열강은 이 길 위로 식민지의 농산물과 지하자원을 본국으로 실어날랐다. 한 세기 전의 수탈로들이 최근 속속 복원되고 있다. 급속히 커지는 아프리카 동부의 무역 규모에 주목한 중국 등이 이 지역 철도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다.

 케냐에선 수도 나이로비와 항구도시 몸바사를 잇는 철도가 28일 착공된다. 중국 국유은행인 수출입은행(中國進出口銀行)이 40억 달러(약 4조 2000억원)를 투자했다. 과거 영국과 프랑스 기술자들이 철로를 건설해 케냐의 고지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실어나르던 루트다. 기공식에는 우간다·르완다·남수단 대통령들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철로가 이 내륙국가들로 연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지부티를 잇는 756㎞ 길이의 철로도 수개월 전부터 건설 중이다. 1894~1917년 건설돼 현재 사용하지 않는 철로를 대신한다. 역시 중국 수출입은행이 30억 달러를 댔다. 이 외에 이집트와 케냐의 사모펀드는 3억 달러를 투자해 1896~1901년 영국이 식민통치 시절 건설한 몸바사와 우간다 수도 캄팔라 간 2200㎞ 철도를 3년에 걸쳐 복원할 계획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로저 노드 아프리카 담당 부국장은 “동아프리카에선 철도를 이용한 물류가 활성화돼 있다”며 철도 건설이 “경제적 관점에서 매우 수익성이 높고 세계 시장과 역내 교역 모두에 유익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케냐·우간다·에티오피아·지부티 등 역내 국가들은 내륙 지역에서 인도양으로의 물류비를 절감하게 돼 가장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중국은 자신이 투자한 철도 건설 공사를 자국 업체들이 맡게 했다. 열차도 중국이 공급한다. FT는 “중국이 자금을 댄 프로젝트들의 건설 비용이 상대적으로 너무 비싸다”고 전했다. 동아프리카에서 철도 건설이 활발한 것은 급속히 커진 이 지역의 경제 규모를 반영한다. 역내 교역량은 2000년 6억8900만 달러에서 지난해 말 24억 달러로 10여 년간 3배 증가했다. 아프리카 개발은행의 가브리엘 네가투 국장은 “동아프리카의 철도 건설은 이 지역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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