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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먹거리 바른 식생활] 성인병 막고 성장·발육 돕고 김장은 한국인 건강 지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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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정희선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사계절 내내 채소를 거두어 갈무리하거나 저장·발효음식을 만드는 문화가 있는 우리 민족에게 김장이나 장 담그기는 명절만큼이나 큰 행사다. 조선후기 문헌인 『동국세시기』(1849)는 10월의 세시풍속으로 김장과 장 담그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서울 풍속에 무·배추·고추·마늘·소금 등으로 독에다 김치를 담근다. 여름의 장 담그기와 겨울의 김장 담그기는 일반 가정에서 1년 중 아주 중요한 행사다”라고 했다. 이러한 풍습이 지금까지 전해져 많은 가정에서 아직도 초겨울엔 김장을 담그며 일부 가정에서는 여전히 겨울∼봄 사이의 장 담그기에 정성을 다한다.

채소와 곡식으로 만든 김치와 장은 원재료보다 훨씬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소금·젓갈·고춧가루 등이 만나 ‘김치’라는 독특한 음식이 되고 콩과 물·소금이 만나 ‘장’이라는 독창적인 소스가 되는데 이 사이에 ‘발효’라는 신비로운 과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발효식품은 생식품일까, 익힌 식품일까. 생 채소를 소금에 절여 만드는 김치는 열에 의한 조리를 하지 않았으니 생것으로 보는 것이 적당해 보이나 ‘익은 김치’란 말은 또 이를 헷갈리게 한다. 날 것도 익힌 것도 아닌 것, 썩고 삭는 것, 미생물의 도움을 빌려 새로운 맛으로 탄생하는 것이 바로 발효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발효과정을 통해 평범한 채소였던 배추는 영양과 맛이 월등히 증가한 ‘김치’라는 음식이 된다.

그럼 현재 형태의 붉은색 김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먼 옛날 김치의 원형인 단순한 채소 절임에서 지금의 김치 형태가 되기까지는 젓갈과 고춧가루의 영향이 컸다.

젓갈은 소금의 사용량을 줄이고자 첨가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에서 잡은 생선에 소금을 약간 첨가해 발효시키면 간기가 있는 젓갈이 되는데 이 젓갈을 넣으면 소금을 덜 넣고도 짠맛을 낼 수 있었다. 또 이 젓갈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김치에 감칠맛과 영양을 더하고 발효도 촉진시켰다. 하지만 생선으로 만든 젓갈에서 나는 비린내는 반갑지 않은 존재였는데 이때 사용된 것이 마늘·생강·고춧가루 등의 양념이다. 고춧가루·마늘·생강 등의 양념은 비타민·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며 김치가 안정적으로 발효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 발효식품인 김치의 영양학적 가치와 질병 예방, 치료 효능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주재료가 채소이기 때문에 비타민 A, B, C가 고루 함유돼 있으며 젓갈 등의 양념류 덕에 칼슘·칼륨·철·인 등의 무기질도 풍부하다. 발효·숙성 과정을 통해 유해균이 억제되고 피로 해소를 돕는 젖산균이 생성된다.

이처럼 김치는 그야말로 남녀노소에게 유익한 식품이다. 젖산균이 풍부하기 때문에 성인병에 효과적이며 성인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대장암과 여성에게 생기기 쉬운 변비를 예방한다. 채소와 양념류에 들어 있는 풍부한 영양소는 어린이의 성장 발육을 돕고 노인의 몸을 보한다. 김치는 가족 구성원에게 모두 필요한 우리 식탁의 건강 지킴이인 셈이다.

최근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록 후보에 올랐다.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독특한 한국의 문화가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록을 통해 앞으로 한국인의 건강식 김치가 세계인의 밥상도 건강하게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희선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농협이 진행하는 '식사랑농사랑운동' 홈페이지(www.식사랑농사랑.com)에 들어가면 어린이 영양 간식이나 다이어트 음식 등 다양한 건강 요리의 레시피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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