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웃기는 비디오? 죽이는 오디오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애당초 모험할 각오는 했지만 이렇게 인기를 모을 줄 몰랐다. 홍보 전략? TV 프로그램 대신 라디오에 집중 출연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요즘 화제를 모으는 여성 보컬 4인조 그룹 '빅마마'의 제작자 박경진 m-boat 대표의 말이다.

그가 말하는 모험이란 무엇이고, 빅마마는 왜 TV가 아닌 라디오에만 출연해야 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이 바로 빅마마를 잘 설명해준다

빅마마는 흔히 생각하는 여성그룹과 거리가 멀다. 날씬하지도, 예쁘지도 않다. 비디오 시대의 가수로서 치명적인 결함인 셈이다. 나이도 제법 많다. 스물한살이 이 그룹의 막내고, 서른 살짜리 큰 언니뻘도 있다.

그런데도 인기다. 지난 2월 중순 방송에 소개된 이들은 이달 초부터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터넷 동호회에 하루에 5백~6백명씩 가입하기 시작해 현재 회원이 1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이 인기를 타고 오는 15일 라이브 무대(남대문 메사홀)에서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벼른다.

빅마마의 인기는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한 뮤직비디오('브레이크 어웨이')가 한몫 한 듯하다. 이 비디오는 멋진 드레스 차림의 예쁜 여성 보컬 그룹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알고보니 립싱크였다는 스토리를 담았다.

예쁜 여성들만을 비추던 카메라가 나중에 슬그머니 무대 뒤로 가서 보여주는 것은 스웨터와 운동복 차림으로 열창을 하고 있는 평범한 4명의 여성이다. 그들이 진짜 빅마마다.

빅마마 멤버는 리더 신연아(30)를 비롯해 이영현(22).이지영(24).박민혜(21)로 가요계 현장에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왔다.

신연아는 가요계에서는 인정받는 코러스팀 '빈칸 채우기' 멤버로 SES와 핑클은 물론 샤크라.왁스.박정현.싸이. 소찬휘 등 많은 인기가수들의 앨범 제작 때 코러스로 활동해왔다.

그녀는 1995년 강변가요제 은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지영은 한상원밴드 보컬, 이영현은 2000년 강변가요제 특별상 입상, 박민혜는 콘서트 코러스 이력을 자랑한다.

버블 시스터즈 역시 빅마마처럼 최근 여성 보컬그룹의 '흥행 공식'에 반기를 든 그룹이다. 외모보다 가창력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두 그룹은 닮은꼴이다.

음색과 스타일은 상당히 다르지만 두 그룹 모두 R&B와 솔, 재즈 등 흑인 음악에 대한 애정과 테크닉이 남다르다는 점도 비슷하다.

버블 시스터즈의 네 멤버는 서승희(27).강현정(25).김수연(23).김영지(22)로 이들 역시 유명 가수들 라이브 공연 때 코러스 무대에 선 이력이 있다.

얼핏 보면 빅마마나 버블시스터즈는 그 이름부터 다소 '희화화'한 컨셉트를 갖고 등장한 것처럼 보인다.

빅마마가 비디오로 웃음을 자아낸다면, 버블 시스터즈는 우스꽝스런 흑인 분장으로 자신들의 진짜 얼굴을 가리고 나서 '이쁜 것들 다 주거떠(죽었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다. 두 그룹 모두 "음악으로 승부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가벼운 유머로 표현한 셈이다.

일단, 이들의 도전은 곳곳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모보다 실력을 내세운 이들이 팬들로부터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