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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기능 마비된 코스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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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코스닥시장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2000년 3월 10일 사상 최고치였던 283.44에서 지난 7일 현재 39.69까지 밀렸다.

시가총액은 97년 말(총등록기업수 3백59개) 7조원에서, 99년 말(4백53개)에 98조원으로 급팽창했으나 지금은(3월 7일 기준, 8백67개) 32조원에 불과하다.

시장매력이 떨어지면서 신규 등록기업수도 2000년 2백50개를 정점으로 하락, 지난해 코스닥에 새로 들어간 기업은 1백57개에 그쳤다. 또 2000년 하루 평균 2조4천억원에 이르던 거래대금은 올들어 8천5백억원으로 64% 가량 급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올해에 17% 가량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 기록을 9번이나 갈아치웠다. 최근엔 코스닥시장의 자본조달 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존폐 위기론'마저 나오고 있다.

◆곪은 상처 터져=전문가들은 경기악화.북한 핵사태 등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한탕주의.대주주 전횡.기업 경쟁력 저하.초단타매매 등 고질적인 병폐들이 코스닥시장의 발목을 잡은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금융.세제 지원을 통한 '퍼주기식' 지원정책으로 벤처기업들의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데다 일부 부도덕한 대주주들은 코스닥시장 등록을 '머니 게임'으로 여겨 끊임없이 분식회계.자금횡령.주가조작 등에 연루됐다. 특히 정치권.관계.벤처기업 등이 얽힌 이른바 '게이트'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단물만 빼먹기는 기관투자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로 공모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투자했던 기관들은 공모 이후 평가차익이 생기면 보호예수기간(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을 일정기간 못팔게 한 것) 이 끝나자마자 주식을 처분해 물량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회생 방안은=전문가들은 투명하고 경쟁력있는 기업만이 시장에 들어오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현재 펀드매니저들이 관심을 두는 코스닥기업은 50여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등록.퇴출.공시제도를 강화해 시장이 믿을 만한 회사를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위주의 투기적 시장을 기관.외국인들이 참여하는 장기투자시장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코스닥위원회 정의동 위원장은 "잠재적 부실기업에 대한 사전 경고 기능을 강화하고, 부실기업에 대해선 상시 퇴출시스템을 갖춰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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