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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회담재개의「타이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이 월맹항만들을 기우봉쇄하고 전면 북 폭을 단행하기 직전부터 중단돼 오던「파리」월남평화회담이 2개월 여만에 13일 재개된다.
미-소 정상회담 후「닉슨」미대통령의 안보담당보좌관「키신저」박사의 네 번 째 배경방문과 소련최고회의간부회의장「포드고르니」의 월맹방문 등 월남문제를 둘러싼 부산한 움직임으로 보아 재개된「파리」회담의 전도에 대해서는 여느 때 없이 낙관적인 견해가 지배하고 있다.
미국과 월맹 어느 쪽도 군사적 승리를 통해 전쟁을 매듭지을 수 없는 한 협상「테이블」로 되돌아와 정치적 해결을 다시 시도하게 된다는 것은『대결에서 협상으로』의 세계적 분류 속에 환영할 사태진전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재개되는 회담의 전도도 이처럼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는 여전히 지난날과 같이 진전 없는 대좌의 반복으로 그치고 말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월맹은 현재 군사·외교·경제적으로 고 경에 빠져있다. 군사·기간산업시설의 폭격과 해안봉쇄로 전쟁수행 능력이 약화되고 국민의 경제생활도 마비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배후지원 국인 소련과 중공이 대미자세에 있어 전례 없이 유화적이며, 강 경·호전적이던 북한마저 정치 전으로 역점을 옮기려는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실정에서 미국은 월맹이 실질문제에 대해 생산적인 협상에 진지한 자세로 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월맹으로서는 그들의 내·외 수 용 발언대 구실을 해온 「파리」에서의 준 공개주례 회담이나 비밀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여전히 협상을 질질 끌고 나아가게 할 유혹적인 요인들이 잠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재선에 출마하게 되는「닉슨」대통령이 월남전의 종결공약 이행에 쫓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더하여 주 월 미군병력 수는 9월1일까지 3만9천명 선으로 줄어들어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흥정「카드」는 약화돼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 미군의 즉각 완전철수를 정견으로 내세운「조지·맥거번」상원의원의 지명이 확정되는 경우 월맹 측이 가질지도 모를『횡재기대』때문에 협상의 진척이 가로막힐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닉슨」대통령은『월맹이 건설적이고 진지한 협상에 응하리라는 가정 하』에 회담재개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전당대회개막과 회담재개의 시기를 맞춘 것은 미국의 내정이 대 월맹 협상에 미친 영향을 부분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닉슨」대통령이 민주당지명대회의「타이밍」에 때맞추어「파리」회담재개에 동의한 정치적 계산을 떠나서라도 명년 1윌20일 임기가 끝날 무렵에 종전을 내다보고 있는 만큼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에야 진지한 협상에 응할 것으로 예견하지 않았나 예상된다.
또 월맹과「베트콩」은 종전후의 월남정권문제들 싸고 그 기본입장을 누그러뜨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월남전에 관한 협상을 통해 핵심문제는 언제나 전후의 월남의 정치적 장래에 있었다.
공산 측은 공산정권을 월남국민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공고하고 있지만 적어도『탈「티우」』의 연립정권 수립이라는 제1차 적 목표를 포기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공산주의자들이 요구하는 연립정부수립은 궁극적인 공산당집권을 위한 전술에 불과하기 때문에「닉슨」대통령이 연립정부수립 안에 반대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어쨌든 대통령 재선이라는 정치목적달성에 조급한 나머지 그가 지금까지의 모든 회생을 헛되게 하는『위장항복』이나 다름없는 해결을 수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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