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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보수」의 유례없는 대결|미 민주당대통령 지명대회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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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일(현지시간 10일)미국 민주당의 전후 가장 긴박하고 극적인 전당대회가 개막됐다.
이번 제36차 민주당전당대회에서는 개혁파「조지·맥거번」이 과연 1차 투표만으로 동 당대통령후보에 지명될 것인가, 민주당은「맥거번」파와 그의 지명을 한사코 막으려는 반「맥거번」파에 의해 분열되고 말 것인가 하는 심각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의 사정은 8월24일, 같은 장소(「플로리다」주「마이애미비치」)에서 열릴 공화당전당대회에서「닉슨」이 다시 공화당대통령후보로 지명될 것이 기정 사실로 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벽두부터 혼미 속에 빠지게 되는 것은 ①어느 후보도 대회참가대의원 총 3천16명중 지명에 필요한 과반수 1천5백9표를 확보하지 못했고 ②「맥거번」이「승자독점」방식에 의해 전부 획득한「캘리포니아」주 대의원 2백71명 가운데 1백51명을,「휴버트·험프리」상원의원이 주도하는 반「맥거번」파의 공작에 의해 박탈 당한데 따른 정치적 분쟁에 기인한다.
당초「맥거번」은 문제의「캘리포니아」예선에 이어 예비선거의 최후를 장식하는「뉴요크」주에서도 압승, 총 1천4백50표 선의 대의원을 모아 전당대회에서 1차 투표만으로 지명 될 공산이 커졌었다.
이 같은「맥거번」선풍에 대해「험프리」등 당내보수파가 주동이 된 반「맥거번」파는 당내 대의원자격 심사위원회에「승자독점」방식은『소수파의 발언권을 반영해야 한다』그 규정한 동 당 선거 개정규칙에 위배된다고 소청, 이 위원회는 표의 재 배분을 강행했다.
그 결과「맥거번」은 1백51표의 대의원 표를 박탈당하고 반대로「험프리」는 득표 비율에 따라 1백2표를 거둬들였다. 격분한「맥거번」파도「험프리」측에 역습, 같은 규칙과 같은 위원회로 하여금 보수파이며 민주당내기성「보스」로 악명 높은「데일리」「시카고」시장지배하의 반「맥거번」파 대의원 59명의 대의원자격을 박탈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대의원분쟁은 법정에까지 비화 됐으나 대법원은 이 문제를 전당대회에서 해결해야한다고 결정, 엎치락뒤치락 하던 이 문제는 결국 전당대회의 벽두를 더욱 어지럽히게 된 것이다.
민주당 당 간부가 발표한 대회 진행회칙은 문제된 대의원 자격결정 투표에 그 1백51명은 참석하지 못하게 규정, 이 문제에 관한 한 정족수 2천8백65명, 과반수 1천4백33표로 줄어들었다.
따라서「맥거번」은 박탈당했던 대의원을 되찾을 가능성이 밝아졌고, 이에 성공한다면 지명획득에 필요한 1천5백9표에 불과 40표밖에 모자라지 않아 승산이 커진 셈이다.
그러나 1백51표를 되찾지 못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질 것이다. 그가 1차 투표에서 실패하면 2차 투표부터는 그의 지지자들이 변절할 가능성도 크다. 왜냐하면 2차 투표부터 대의원들은 원칙적으로 예비선거에서의 결과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이 후보를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험프리」가 노리는 것도 바로 이점이다. 그는 노조나 보수당료파들이 1차 투표에서 「맥거번」을 저지하면 3차 투표까지 끌고 나가「머스키」(2백31표)「월리스」(3백71표)부동표(4백2표)의 대부분을 흡수하여 지명을 획득하겠다는 계산이다.
연장투표의 예는 흔히 있는 사례다. 35차례의 민주당지명대회 가운데 15번이 그랬다. 2차 투표에서 지명이 결정된 것이 3차례, 3차 투표에서 2차례, 4차 투표이상에서 9차례였다. 최악의 교착 상태였던 것은 24년「존·데이비스」후보가 1백3차 투표에서 지명됐던 일이다.
교착상대가 악화될수록 민주당의 분열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양파 중 어느 한쪽의 타격이 심하면 역시 분열은 심해질 것이다.
당 간부들은「맥거번」이 지명되더라도 그의 과격한 공약(예를 들어 현 국방비를 3년 안에 40여%인 3백20억「달러」감축한다든지, 고소득층에 중과 세를 부여한다는 등)으로 당내지지를 모으긴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극우 경향 때문에「골드워터」가「존슨」에게 참패했던 64년처럼「맥거번」도 그의 극좌(적어도 보수파 쪽에서 볼 때)경향의 공약 때문에「닉슨」에게 패배, 민주당에 심한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낡은 얼굴」도 아니고 과격한 인물도 아닌 제3의 인사를 추대해야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대두되는 인물이「에드워드·케네디」이지만 그는『절대적이고 최종적』인 반대의사를 표시, 전당대회마저 참석치 않는다.
일단 우세를 보이고 있는「맥거번」이 너무 많은 피를 서로 흘리지 않고, 당내에 반대파를 무마하는 한편, 과격한 공약을 당내 보수파의 지지를 얻는 방향으로 얼마나 조정하느냐가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의 최대과제일 것 같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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