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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애호가들 미술발전의 원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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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근대미술 60목년 전에서 드러난 다른 측면의 중요한 사실은 그들 작품을 컬렉션 하는 숨은 인사를의 면모이다. 냉큼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이들 미술애호가들은 미술계를 뒷받침해주는 숨은 원동력. 아무리 홀륭한 작가가 좋은 작품을 재작해 내더라도 그 진가를 가늠해 사주는 이가 없을 때, 그 작품은 재 빛을 발할 수가 없다. 더구나 사사로이 한두점씩 작품이 흩어질 때 그만 사장되거나 영영 없어지는 것이 태반인데 좋은「컬랙터」에 의하여 간수된다면 작품의 영구보존을 위해서도 더할 나위 없는 길이다. 작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품 몇점 값밖에 안되는 8백만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현대미술품을 사들인다 해서 떠들썩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었다. 그것은 곧 해방 후 근 30년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한점의 미술작품도 구입한 일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도대체 미술관이 없었던 탓이고,
「미술관」이란 간판 아래 고작 사역할을 했을 따름아다. 설사 국전같은 때 서와 대와 기타 각 부처에서 구매한 경우가 있더라도 그것은 컬렉션만으로서가 아니라 맡하자면 장식용이었다.
따라서 그렇게 팔려 가는 작품들은 결코 영구보존품으로 취급되질 못한다. 첫째, 미술품 취급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에 의하여 다뤄지기 때문에 작품은 열마 안가서 상처투성이가 된다. 적어도 습기 차서 엉망이 되는 게 보통이다. 둘째, 그것들은 일상의 관심밖의 물건들이기 때문에 20∼30년이 지난 뒤엔 으레 행방불명이 되기 마련이다. 과거 대작에 속하는 작품들은 관공서나 은행 등 주요기업채에 흡수되곤 했는대 막상 이번에 찾아내려니 모두 간데 없었다. 가까스로 찾아낸 것이 한국은행과 창덕궁에서 1930년대 작품 몇 점뿐이었다. 더러 어느 창고의 먼지 속에 묻혀있는 것도 있겠지만 아무도 아랑곳하는 사람이 없어 햇빛을 못보는 것도 있을 것이다.
일제때앤 이왕직미술관(전덕수궁미술관의 전신)에서 현대 미술품을 사들이기도 했다. 그렇건만 그때 산 것은 일본작가 것 뿐이었는지 한국인 작가의 것은 한점도 소장된 게 없음이 이번에 확인되었다.
이러한 처지에 개인수장가의 출현은 미술계에 적잖게 자극적인 소식이다. 『나라에서도 못하는 구제』에 남 모르게 뜻을 두고 수집해오는 인사들이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다소나마 확증된 것이다. 이병철 이희원 원형묵 이도영 박재훙씨 등이 그 대표적 「컬렉터」.
이들 「컬렉터」들에게 보다 고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겠다는 것이 미술관측의 생각이다.
삼성 「그룹」의 이병철회장은 이번 60년전에 이인성 김인승 이유태 김환기 장욱진씨 등의 주요작품 9점을 출품했다. 전인천제철부사장 원형묵씨는 주요 작품 5점만 출품했지만 오랫동안 폭 넓게 수집해오는 컬렉터로 손꼽힌다. 고역인만의 이희원씨는 동양화 중심으로 고서고를 다수 수장하고 있고 홍대 이도영이사장도 역시 그러한 분이다. 지방에서는 대구의 변호사 박재옹씨가 18점을 보내와 그중 몇 점이 이번에 전시되고 있다.
이밖에도 설원식·윤송박물관·정형호씨와 화가 김인승·이항성씨도 약간을 출품해 규모는 작으나마 수집 작품을 보여주었다. 대체로 우리나라 수장가들은 고서화수집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까닭에 유폐「컬랙션」은 아주 극소수이며` 대작의 경우에는 한 두 인사밖에 손꼽히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컬렉터가 때마다 늘어나는 기미가 보이므로 멀지 않아 규모 큰 컬랙터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볼만하다. <이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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