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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상의 없었다고 흥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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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비장한 각오로 판문점을 넘었을 때는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었다. 평양에서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다시 자유의 집에 돌아왔을 때 비로소 아찔했다.』
4일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평양을 다녀온 심경을 말했다.
내외보도진 1백20여명이 몰려든 이 회견에서 이 부장은 『두 차례 김일성과 만나 상당시간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고 했고, 북한의 인상에 대해서는 『공산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편모가 보였다』면서 『앞으로 남북 교류가 되면 여러분이 직접 눈으로 보라』고만.
『박성철이 서울에 와서 받은 인상은 무엇이겠느냐』는 질문엔 『자본주의 체제를 보고 무엇을 느꼈겠느냐는 것은 비록 눈치는 챘다고 해도 표현하기 어렵다』고 받아넘기고.
이 부장은 북괴라는 말 대신에 북한이라고 했으며 김일성·박성철이라고 불렀으나 그의 회담상대였던 김영주에 대서서만은 김 부장이라고 불렀다.
백남억 공화당의장은 4일 상오 효창동으로 김홍일 신민 당수를 찾아가 남북 접촉결과를 설명하고 야당의 이 협조를 부탁했다.
백 당의장은 이날 아침 9시쯤 당무회의 도중 아침 식사를 하다말고 현오봉 총무와 신동식 대변인을 데리고 김 당수를 찾아간 것인데 김 당수는 『국가 흥망은 필부유책이란 말이 있는데 단결된 힘으로 어려운 일을 타개해 나아가자』고 말했다는 것.
그러나 김 당수는 『국가적으로나 국민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야당한데 사전에 얘기를 안해준 것은 유감된 일』이라고 말했으며 이를 받아 백 당의장은 『극히 중요하고 기밀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서운하지만 미리 알려고 안 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백 당의장은 김 당수에게 남북공동성명을 한부 주고 왔는데 김 당수는 공식적인 신민당의 태도는 당 중진과 협의해서 밝히겠다고.
국회대책을 협의한 본회의장에서의 공화당의원 총회에서는 구태회 정책위의장이 남북 비밀회담의 경위와 내용을 설명했는데 『문호개방은 잘한 일이다. 앞으로 뒷수습이 문제다』(이병희 이원의 말), 쇼킹한 얘기를 듣고 나니 얼떨떨하다』 (김유탁 의원), 『이제는 국민의 총력을 통일에 대비한 힘의 배양에 집결시킬 때가 왔다』(윤재명 의원)등등으로 다소 흥분한 모습들로 의원끼리 서로 대화를 나눴다.
이에 앞서 백남억 당의장은 3일 하오 김정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모종중대 문제가 있으니 들어 오라』는 연락을 받고 청와대에 들어가 백두진 국회의장·김종필 총리·정일권 총재상임고문과 함께 이후락 정보부장으로부터 상세한 내용을 들었으며, 4일 상오8시에는 긴급 당무회의를 소집해서 남북 접촉결과를 알려주었다.
남북간 공동성명 발표에 신민당은 충격이 큰 듯 어리둥절한 표정들.
4일 상오 이후락 정보부장의 기자회견이 있은 후 김홍일 당수는 국회 3층 대표위원실에서 고흥문·윤제술 정무회의 부의장 등과 당의 입장을 협의한 뒤 우선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토록 했다.
이 부의장 같은 이는 『이런 판에 전당대회가 무슨 소용이냐』고 흥분했고 『다른 많은 참석자들도 『어떻게 되어 가는지 모르겠다』 『이런 중대문제를 결정하면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나 야당과 한마디 상의도 없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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