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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임신중절|한국 여성단체협의회주최 공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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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의 형법(2백69조)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4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했으며 2백70조에는 이러한 낙태를 도운 의사, 한의사, 조산원, 약제사 등에도 2년 이하의 징역을 처하도록 인공 임신중절의 불법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공임신중절은 기혼여성들 사이에선 비록 음성적이긴 하나 널리 행해지고 있어 합법화된 국가에 못지 않는 추세를 보인다.
이렇게 법과 현실의 엄청난 거리에 대해 그동안 타당하고 명백한 새로운 법적 조처를 바라는 소리가 높아졌고 또 정부는 이미 67년부터 낙태 합법화를 포함한 모자보건법의 입법을 여러 번 시도해 왔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생명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도덕, 종교적인 문제, 그리고 현실적인 경제문제, 국가적 차원의 인구조절 문제 등 복합적으로 심각하게 얽혀있는 것이기 때문에 「합법화」를 놓고 정부의 법안은 물론 일반의 의견도 여러 방향으로 엇갈리고 난항을 거듭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당연하다.
다시 난항 속에 작업중인 정부의 「모자보건법」안을 놓고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인공임신중기문제 공청회」를 열어(28일하오2시. 서울YWCA강당)각계의 의견, 그리고 지금까지 소외돼왔던 여생들 자신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음은 이날의 공개토론 내용과 강연을 간추린 것이다.

<참가자의 찬반토론 내용>거의가 찬성하나 모자보건 외면한 인구조절 수단으로서의 합법화엔 반대
이날 공청회 2백명 가까운 대부분 여성들이 참가했는데 강연자와 패널 토의 참가자들 거의가 합법화에 대해 원칙적인 찬성을 말했으며 단지 인공 유산의 허용의 한계, 부작용에 대한 대책, 그리고 피임의 적극 장려 등 문제에 중점을 두도록 했다.
찬성론을 편 이연숙씨(미 공보원 공보고문)는 『여성은 아이를 낳을 권리가 있는 만큼 안 낳을 권리도 갖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합법화를 반대하는 이유로 꼽히는 모체위험, 생명경시, 성도덕 문란, 노동인구 감소 등의 문제가 과연 타당한가를 반문했다.
그는 특히 인간 생명이 과연 어디서부터인가 하는 문제, 그리고 생명 기득권자들인 지구상의 36억 인구에 대해 오히려 눈을 들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모가 자녀가 다 불행을 막기 위해서, 떠 음성적 행위로 빚어지는 자책감, 법의 권위상실, 건강상의 피해 등도 아울러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반대론으로 나온 박종무 박사(한양대 의대교수)도 『입법 반대가 아니라 법계정 상위 모순을 게시하겠다.』고 인공 유산의 합법화를 근본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보사부의 모자보건법 안이 모자보건의 참다운 내용이 없이 낙태법 중심이기 때문에 건전하지 못하다고 반대했다.
그는 사회 보장법은 국가가 재정적·행정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먼저 국가의 가족계획과 분리시키고 법 시행에 따르는 예산·전문요원 등을 확보할 것을 제의했다.
인공임신중절 합법화를 반대하는 의견으로는 모자보건법은 『국가가 가족계획 피임 실패를 하자 내세운 구실이다. 인간의 생명은 정당방위나 긴급 도피 외에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한 신부의 말)는 절대적 반대가 한사람뿐이었고 『피임으로 해결해야 합 문제』라고 간접적인 반대의사를 밝힌 목사와 가정주부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범법자로서」의 입장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유경험 여성들은 『물론 피임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여기에도 실패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지금의 실정으로선 여성들만 이중으로 해를 당한다.』고 합법화를 주장했다.
특히 30년 경력의 한 조산원은 『제한적인 낙태 허용을 하되 남존 사상의 법이 제정되어 딸도 상속할 수 있게 해야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한 주부는 『피임은 남자들에게도 시켜야 한다』고 여성만의 부담을 덜 것을 강조했다.
이날 여성단체협의회 측에선 참가자들에게 인공임신 중절 합법화에 대한 의견서를 받았는데 1백50명 응답자 중에 11명만이 반대를 썼고 나머지 90% 이상이 합법화를 찬성했다.

<합법화와 문제점|허용은 세계추세, 한국 기혼부 24%가 경험|음성적 인공유산에 의한 부작용 막기 위해 별도로 특별법 제정하여 합법화해야 마땅>|이태학 박사<가정법률 상담소장>
보사부가 성안한 「모자보건법」은 『모성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자녀의 출생과 보육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자질 향상을 기한다』고 입법목적을 밝히고 있으나 시설은 급박한 인구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인공유산이 음성적으로 불법 성행하는 것이 사실이므로 법과 현실의 거리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에서 현실을 참작한 바람직한 법 제정이 요청된다. 그러나 인구 조절의 방법으로 임신 중절을 합법화하려는 의도는 배제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모자보건법」안은 임신 중절의 방법을 모자보건법이 취급하여, 즉 모자 보건의 명목 하에 인공 임신 중절을 취급했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인공 임신 중절은 모자보건 문제의 지극히 부분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므로 앞으로 명실 상부한 모자 보건법을 제정하는 길을 이렇게 막지 말고 의국의 입법 예를 따라 형법 속에 넣는다든지 일본의 우생보호법 같은 특별법의 이름으로 인공낙태를 합법화시키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낙태의 혀용 범위가 사회·경제적 자유까지 모두 인정함으로써 허용 범위가 너무 넓고 남용방지를 위한 절차상의 규정이 너무 소홀하여 인공 유산의 완전 자유와를 의도한 듯한 인상을 준다.
인구 조절책으로 낙태를 허용하면 완전 자유화의 결과가 발생할 것인데 그 결과는 현행 형법상의 낙태 규정과 윤리적 모순이 생기며 형법 개정의 문제가 남는다. 또한 합법화에 따른 장기 대책과 훈련된 의료요원의 확보 재정적 뒷받침이 따라야 할 것이며 낙태는 시술로써 모체의 보호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술 후의 건강관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도 지적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낙태허용을 위한 법 개정에 앞서 진정한 모자 보건법, 불구아 보호법이 제정돼야 하며 남존 사상에 입각한 가족법도 아울러 개정되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현황>|홍성봉 박사<고대의대교수·산부인과>
인공유산은 현재 많은 국가에서 합법화하고 있으나 또 일부국가에서는 합법화 된 것을 다시 제한하는 예(루마니아)도 있다.
인공 유산의 합법화에 있어서 국가마다 그 허용한계가 다른데 대개 ①우생학적 이유 ②도의적 이유 ③사회 의학적 이유 ④사회적 이유로 분류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완전 자유화한 국가는 헝가리 소련 등 공산국가로 임산부의 희망에 따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차츰 자유화의 방향으로 주법을 고치는 중이고 일본은 우생 보호법을 제정한 이래 인공 유산이 급증하여 현제 연 80만건 정도가 정식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유전적 또는 의학적 이유로 허용하고 있는데 그 한계가 넓고 좁은 차이가 난다.
하옇든 현재 전 세계에서 1년에 6천만건의 인공유산이 행해진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인공유산이 불법으로 된 한국의 경우 20세∼44세의 기혼부 조사에서 보면 서울은 약40%의 여성이 낙태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도시여성은 34%, 농촌여성은 17%를 차지하여 전체적으로 24%의 가정부인이 낙태경험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들 경험자의 90%가 자격의나 전문의에 의해 인공유산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비교적 부작용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오늘처럼 음성적인 인공유산은 많은 사고의 원인이 되며 만일 제도화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면 인공 유산의 후환은 극히 가벼운 것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과 영합된 적절한 법 제도가 시급하다.<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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