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황 속 납세 의무 가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년 말 국회에 제출된 지방세법 개정안이 7월초에 열릴 82회 임시 국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세법 개정의 목적은 지방 재정에서 차지하는 지방세의 비중이 낮아지는 반면 지방 재정의 국고 의존도가 높아져 시·군의 재정 자립도가 저하되고 있는 추세를 조금이라도 역전시켜 보려는 것이다.
내무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세수 증대에 심히 치중하고 있어 납세자는 한층 가혹한 세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현행 정율 과세 체제를 초과 누진 세제로 바꾼 것, 정액세의 세액과 정율세 취의 세율을 인상한 것, 과세 대상을 확대한 것 등은 모두 세금을 한푼이라도 더 짜내기 위한 방안들이다. 과세 대상의 다단계 구분 등으로 지방세법이 한결 정밀 체제에 접근하기는 했으나 국민은 지방세와 국세의 양면 협공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년 초부터 실시되는 개정된 국세법은 직접세 부담을 상당히 완화했는데 지방세법 개정안은 국세와 정반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지방세가 모두 직접세라는 점에서 볼 때 정부의 조세 정책 기본 방향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조차 없다.
지방세의 대종인 재산세는 지금까지 비과세 돼 온 도시 주변의 임야를 과세 대상에 포함시켰고 일률적으로 싯가의 1천분의 3으로 돼 있는 건물에 대한 세율을 싯가 2천만원 이하 1천분의 3부터 1억원 초과 1천분의 50에 이르는 6단계 초과 누진 세제로 바꾸어 놓았다. 1억원 이상의 「빌딩」의 경우는 현행 세금보다 10배 이상을 더 물게 되어 있다. 취득세도 현행 세율은 일률적으로 취득 가액의 2%인데 개정안은 2천만원 이하 2%에서부터 1억원 초과 5%에 이르는 6단계 누진 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재산세 및 취득 세율의 대폭적인 인상은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우선 부동산 「붐」을 일으키기로 하고 부동산 투기 억제세 공제율을 높이거나 투기 억제세 기능을 일시 정지할 것까지 고려하고 있는 마당에 이와 상충되는 조치로 지적된다.
목적세인 도시 계획세와 공동 시설세도 높은 세율의 초과 누진 제도를 채택함으로써 부동산 붐의 부활에 큰 견제 요인이 되고 있다.
자동차 세액도 모두 올랐다. 자가용에 대한 것은 별 문제로 하고 고속버스와 고속 화물차에 대한 세금 인상은 그것이 어떠한 형태로건 이용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더구나 4월말 현재 공로 화물 수송량이 2천2백16만t으로 작년 동기(2천4백95만t)보다 11.2%나 줄어들고 있는데 자동차세 인상으로 수송비가 상승하면 화물 수송량 감소 추세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가혹한 지방세법 개정안을 몰고 온 직접적인 요인은 방만한 지방 재정 운용에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초기의 도시 개발 「붐」이 한없이 계속될 것으로 믿고 『파고, 밀고, 닦고, 세우기만 하면』된다는 지방 자치 단체들의 안이하고도 근시안적인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이같이 무정견한 도시 개발 계획이나 방만한 지방 재정 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방세법을 개정, 국민의 세 부담을 대폭 늘린다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너무도 충분하다. <박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