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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사태 주역 귀국 또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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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유리 벽을 사이에 두더라도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

 중국의 대표적 민주·인권운동가 중 한 명인 우얼카이시(吾爾開希·45·사진)는 이런 호소를 지난 24년 동안 4번 했다. 중국 당국은 그때마다 거절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면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주와 인권 분야에선 정책 변화나 타협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얼카이시는 1989년 천안문(天安門) 민주화 요구 시위 당시 학생 지도부 중 한 명으로 현재 대만에 망명 중이다. 25일 ‘중국의 애국주의적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홍콩 연대(支聯會·지련회)’ 발표에 따르면 우얼카이시는 이날 오전 대만에서 항공편으로 홍콩에 도착한 뒤 자신을 중국으로 송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홍콩 출입국 당국은 그를 억류해 입국 목적 등을 조사한 뒤 이날 저녁 대만으로 추방했다.

 신장(新疆) 위구르족 출신인 그는 2009년과 2010년, 2012년에도 귀국을 시도했으나 모두 좌절됐다. 우얼카이시는 천안문 사태 후 왕단(王丹)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 정부의 수배를 받았다. 베이징(北京) 사범대 재학 시절 국영방송에 출연해 당시 민주와 인권에 대한 강경파로 지목된 리펑(李鵬) 총리를 비난하고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했지만 졸업하지는 못했다. 대만의 한 라디오 방송국의 토크쇼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도 했으며 현재 정치평론가로 일하고 있다.

 그와 함께 대만에 망명 중인 왕단은 “중국 정부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우얼카이시의 귀국을 허용해야 하며 이는 중국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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