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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팍」의 새로운 성격정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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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4일부터 3일간「아스팍」(「아시아」-태평양 지역각료이사회) 제7차 총회가 예정대로 서울에서 열린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아스팍」은 7년 전 서울창설회의에서 고고성을 울린 이후 그 동안 각국 수도에서 번갈아 가면서 정례회의를 개최한바 있었던 것인데 이제 서울에서 다시 회합하게 된 것이다.
처음「아스팍」이 탄생했을 때 그 방향과 성격은 반드시 명확한 것이 아니었다. 이 기구의 성격에 관하여『의사가 될 것인지, 변호사가 될 것인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한다는 소리까지 있었던 것도 회원국마다 저마다의 입장에서 이 기구의 성격을 아전인수격으로 정립하려고 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아스팍」은 단순한 대화체가 아닌 지역협력체로서 특히 경제·문화면에 걸쳐 「프로젝트」중심으로 그 업적을 축적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내용의 축적이 있었다 하더라도「아스팍」의 성격 또는 목적은 여전히 그다지 명백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서울회의를 앞두고 일부 회원국들이 저마다의 입장을 내세워 「불참 설」또는「해체 설」을 제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또 일부 회원국은「아스팍」이 한국의 주창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반공색채가 농후한 정치·군사 동맹 화 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대해 짙은 회의를 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전후의 국제질서가 크게 변화되면서 다극화·긴장완화의 조류가 노골화됨에 따라「아스팍」을 전시대적 냉전의 산물시하여 그 필요성을 부정하는 움직임조차 없지 않았다.
이러한 것은 다같이 처음「아스팍」의 발족당시와 또 그 이후 이 국제기구의 성격과 목적을 명백히 규정하지 않았던 모호성에 기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서울에서 다시 열리는「아스팍」에서는 지금까지의 업적을 평가하고 그 동안 변천된「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정세를 감안하면서 지금까지의 모호성을 탈피, 「아스팍」의 새로운 성격을 명백히 규정키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 있을 망정 당연한 알이다.
특히 여기서 중요시해야 할 것은 현 국제정세의 특징과「아스팍」의 연관성 문제이다.
오늘날 보는바와 같은 국제권력정치상의 격동이 갖는 역사적 의의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적어도 1972년이라는 시대적 성격은 미-중공, 미-소간의 관계변천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옛날의 냉전구조가 용해·쇠퇴되고 있는 시대로 규정할 수 있다. 그리하여 대국에 의한 새로운 세계적 규모의 협조체제가 태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 시대의 특성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아시아」-태평양 관계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밸런스」의 변화는 전기한 조류와 함께 과거엔 그 유를 찾아볼 수 없다. 「아시아」에서의 미군철수와 이에 틈탄 소련의 진출, 중공의 국제사회등장, 「아시아」의 재편이라는 문제들을 놓고 관계국이 기탄 없는 토의와 더불어 공통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한국은 이번 회의와 더불어 관계국의 경제·사회·문화적 지역기구로 그 성격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을 비롯해서「아스팍」의 문호를 널리 개방할 것을 말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공통적 희구는 곧 평화와 상호번영이라는 점에서 각국의 상이한 입장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 사이에 건설적인 공분 모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번 서울회의와 더불어 차원을 보다 명백히 하는 방향설정을 비롯해서 회원국간의 협조를 바탕으로「아스팍」이 더욱 성장할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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