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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 속의 취재전선|진실확인 힘겨운 기자들의 고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하노이=앤더니·루이스 기】전시 적국의 수도에서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기자는 지극히 드물다. 지난 5월, 2년 동안의 노력 끝에「하노이」로 들어간「뉴요크·타임스」지 「런던」특파원「앤더니·루이스」기자의 경우가 바로 그런 희귀한 예이다. 「루이스」기자는 그러한 상황 아래서 충실한 사실보도를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하노이」의 표정과 함께 보내왔다. <편집자 주>
월맹에서 기사를 송 고한다는 일은 묘한 경험이다. 자기 나라가 현재 열전중인 적국에 들어가 취재할 수 있는 기자가 그리 흔치는 못하다. 그런데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그런 상황 속의 감정적 갈등뿐이 아니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는데도 문제가 있다.
통상적으로 기자가 자기의 직업적 어려움을 운위한다는 것은 지겨울 뿐 아니라 건방지기까지 하다. 정치가들처럼 기자는 자기직무를 자원한 까닭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누구의 동정을 구해서는 안돼는 것이다. 하지만 월맹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문제는 단순한 신문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 7년 동안 미국이 월남에 말려든 밑바닥에는 이 문제가 깔려 있다.
공포문제만 해도 그렇다. 나는 이제 월맹에 온지 1주가 지났지만 그 대부분 나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곳에 와 있는 다른 서구인들도 같은 소리를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가 폭격을 감행중인 소국에 들어와 있는 일이 즐거울 수는 없다. 그런데 방공호 속에 들어가 보면 서구인들은 모두 겁에 질려 창백해 있는데 월맹인 들은 웃고 떠들어대는 것이다. 그들은 겁이 없기 때문인가? 물론 오래 폭격을 체험했기 때문에 둔해졌을 지는 모르지만 그들도 공포는 느끼고 있다.
갈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는 결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 월맹소녀가 나에게 설명했다면 이는 월맹인의 태도를 설명하는 일반적인 진실을 나타내는 것일까?
이와 같은 의문은 핵심문제, 즉 월맹의 결의에 직결된다.
외국인으로서는 전쟁에 대한 자신에 찬 인내 이외의 감정을 표시하는 월맹 인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나는 역사학을 전공하는 나이 많은 시인에게 만약 미국이 북 폭을 더욱 확대하더라도 월맹은 계속 싸울 것이냐고 물어봤다.
이에 대해 그는『45년과 46년 두 해에 이곳에서는 흉년이 들어 2백만 명이 죽 었 다오. 이 전쟁은 그 만큼은 죽이지 않았으니 우리가 더 악화된 상황을 견딜 수 있으리라는 건 이해할 수 있을 거요』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태도는 공산주의자들의 사상교육이나 압박의 결과 생긴 것일까? 아니면 수천 년 동안 중국과 기타 침략자들에 대항해 싸워온 월맹역사에서 진실로 뿜어 나온 태도인가? 나는 다만 이곳 외교관 및 관측자들이 주장하듯 이들의 태도가 후자라는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선전은 끝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곳 신문들은 월남전선에서의 승리와 미 군기 격추보도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런 보도를 기자가 직접 육안으로 보기 전에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노이」의 민간인 시설이 폭격 당했을 때 월맹관리들은 외국특파원들을 그곳으로 안내하지만 때론 이곳 관리들은 폭격이 있은 후 무엇이 파괴되었는지를 밝히려들지 않는다. 그런 때는 아마 군사목표가 파괴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전시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에서건 행동제약이나 선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특파원이 직접 눈으로 보고 쓴 것이면 군사목표가 파괴되었다는 보도도 검열을 하지 않고 송 고하도록 허용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며칠 전「하이퐁」의 관리들은 월맹이 지뢰를 제거하고 있으며 선박이 자유로이 왕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성은 이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확인하는 길은 더욱 깊이 조사하고 직접 항만을 둘러보는 길밖에 없는데 월맹관리들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은 호언장담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선전은 일방적으로만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이퐁」항을 감시하는 미군의 정찰계통이 동시에 폭격목표도 선정한다. 그런데「사이공」과「워싱턴」의 발표는 항상 군사목표를 강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지난 6개월 동안 논 가운데 외따로 떨어진 큰 병원이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폭격 당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7년간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월남에서 진실을 확인하기란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따라서 모든 언론인이나 국민들이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는 모든 공식발표에 대해 상의를 품는 것뿐이다. <헤럴드·트리뷴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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