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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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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2013년 11월 6일자 30면>
통진당 문제, 헌재 결정 차분하게 기다려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법무부가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2011년 12월 창당된 이래 통진당은 헌법을 위협하는 여러 행동으로 다수 유권자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당을 비판하는 것과 그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당 해산 조건은 헌법에 엄격히 규정되어 있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라고 정해진 것이다. 목적과 활동을 놓고 여러 논란이 있다.

 ‘활동’ 부분에서 법무부는 당의 핵심세력이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혁명조직(RO)’에 관여했고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는 ‘위헌세력’의 활동이 얼마나 위법인지, 그들이 당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합정동 모임의 경우 국가시설에 대한 테러 같은 위헌적 발언들이 나왔다. 통진당은 이 회합이 경기도당 당원교육이라고 설명한다. 당의 공식 행사임을 인정한 것이다.

 해산 반대론자들은 ‘내란음모’ 여부는 사법부 판결을 봐야 하고, 설사 유죄여도 ‘일부 인사’의 행동을 당의 책임으로 보는 건 무리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내란음모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에 대한 공격’ 얘기가 나온 건 사실이어서 이 경우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는 걸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강하다.

 통진당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진 건 이석기 사건 때문이므로 이에 대한 판결을 보고 심판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통진당처럼 국가안보에 위험한 정당에 1년에 27억원의 국고보조금을 계속 주는 게 옳으냐”는 주장도 거세다. 그리고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있으므로 그 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지금 사법부는 이석기 재판을 서두르고 있다. 판결이 속히 나올 가능성이 크고, 결국은 헌재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므로 청구 시기에 관한 대립은 접는 것이 낫다.

 ‘정당의 목적’ 부분은 논란이 더 크다. 법무부는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건국이념이며 궁극적으로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이념이라고 판단한다. 강령에 들어있는 ‘민중주권주의’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주권주의’에 반한다는 게 법무부 논리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정당에 허용될 수 있는 정치적 표현이나 노선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통진당의 강령이나 종북성향 역사는 이석기 사건 이전에 존재했던 것이다. 이런 강령과 역사를 지닌 정당과 제1 야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선거연대를 했다. 통진당은 10% 정당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6개나 얻었다. 그래서 해산심판은 강령이나 역사보다 위헌논란 활동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번 해산심판은 한국 사회의 이념과 헌법에 관련된 중요한 시험이다. 정치권과 사회는 공방을 자제하고 헌재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한겨레<2013년 11월 6일자 35면>
민주주의 근간 뒤흔든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정부가 5일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제출하면서 내건 이유는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수호’다. 진보당의 강령 등 당의 설립 목적과 일부 활동이 헌법 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부의 이번 결정이야말로 박근혜 정부가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심각하게 되묻게 한다.

 민주주의에서 정당 활동의 자유야말로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에 해당한다. 정당 및 정치세력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며, 정당 존립 여부는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표로 결정한다. 정부가 편향된 시각에 함몰돼 특정 정당을 해산하겠다고 덤비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선택권 등 헌법에 보장된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권력 남용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무부가 밝힌 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청구 경위를 읽어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정당해산이라는 복잡다단한 법률적 사안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를 끌어들인 것부터 황당하지만 여론조사 주체를 보면 더 가관이다. <티브이조선><제이티비시><문화일보> 등 극우 매체 일색이다. 특히 선정·편향 보도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정당해산 청구 결정의 중요한 근거로 삼았다는 대목에 이르면 할 말을 잃는다.

 법무부가 “저명 헌법 교수와 전직 헌법재판관 자문 결과 모두 심판 청구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힌 대목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자기네 입맛에 맞는 전문가들만 골라서 자문을 했다고 해도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 ‘모두 공감했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법조계의 다양한 견해를 외면한 ‘외눈박이’ 자문은 스스로를 속이고 전문가들을 속이고 국민을 속이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더욱 쓴웃음이 나오는 것은 진보당 해산 이유를 설명하면서 ‘북한식 사회주의’ 운운했는데, 법무부가 주장하는 ‘모두 공감’이야말로 ‘북한식 100% 찬성 선거’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정당해산 심판 청구라는 무리수를 들고나온 것은 ‘이석기 의원 사건’으로 진보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된 것을 호기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과 진보당의 연계가 확실히 증명된 것도 아니고, 사법부의 판단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진보당 해산에는 서둘러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자가당착이다. “진보당이 선거제도와 의회제도, 정당제도를 부정하는 정당”이라는 정부 주장 역시 진보당이 선거를 통해 원내에 한 석이라도 더 진출시키려 안간힘을 써온 사실을 고려하면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의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의 폭력적 광기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외피를 쓰고 나타날 때가 가장 위험하다. 유신체제는 가장 생생한 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목도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이번 조처는 대선 기간 이정희 진보당 후보의 날선 공격을 받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적 감정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정부의 권력 남용과 헌법 무시 행위를 제어할 의무는 이제 헌법재판소의 몫이 됐다. 우리 사법부는 유신시절 권력의 뜻을 좇아 법과 양심을 저버린 행위에 대해 아직도 반성문을 쓰고 있다. 헌재가 뒷날 또다시 그런 반성문을 쓰는 일이 없도록 올바른 결정을 내리길 기대한다.

논리 vs 논리
중앙 “이념·헌법의 시험대” … 한겨레 “정부가 헌법 가치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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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헌법재판소에 냈다. 정부가 정당을 해산하려는 시도는 자유당 시절인 1958년 이승만 정부에서 조봉암이 이끌던 진보당을 강제로 없앤 뒤 5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통합진보당 강령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통합진보당 강령에서 ‘민중이 주인 되는 평등세상 건설’과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북한의 이념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에서는 ‘민중’이라는 말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도 썼고, ‘평등세상’ 역시 누구나 쓰는 일반적인 표현이라고 항변한다. ‘진보적 민주주의’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1915년에 처음 쓴 말이라고 한다. 통합진보당 강령 어디에도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내용이 없는데도 정부가 군사정권도 쓰지 않던 정당 해산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정부가 진보당 해산을 청구한 행동에 대한 판단이 다르다. 한겨레는 ‘정부의 권력 남용과 헌법 무시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하지만 중앙일보는 정부를 비판하지도, 칭찬하지도 않는다.

 한겨레는 진보당을 해산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권력 남용’이라고 본다. 자유롭게 정당 활동을 하는 게 민주주의이고, 오직 국민의 판단에 따른 선거로 정당 운명이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진보당을 해산시켜야 한다고 하는 데 대해 ‘황당’하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때 우리 사회는 여론조사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기 입맛에 맞는 전문가에게 물어본 다음 모두 진보당 해산에 공감했다고 밝혔다면서, 이것이야말로 북한식이라고 비판한다.

 중앙일보는 통합진보당에 비판적이지만 정당 해산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정당을 비판하는 것과 그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본다. 또 이 사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먼저 정당의 해산 조건이 헌법에 엄격하게 규정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 여부라고 개념을 정리한다. 이어서 통합진보당의 활동과 목적에 대한 양쪽의 다른 의견을 자세히 소개했다. 결론으로는 이 사안이 ‘한국 사회의 이념과 헌법에 관련된 중요한 시험’이니 ‘헌재 결정을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태도도 다르다. 중앙일보는 헌법재판소에 어떤 입장을 주장하지 않는다. 앞으로 판결이 나오면 그 판단이 어떠하든지 따르자고 한다. 헌법재판소 권위를 존중하고 믿는 입장이다. 반면에 한겨레는 헌재가 ‘정부의 권력 남용과 헌법 무시 행위를 제어’해야 한다며 또렷하게 생각을 밝힌다. 유신 시절 사법부가 ‘권력의 뜻을 좇아 법과 양심을 저버린’ 적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여러 사상이 각각 선거 때 시민들에게서 얻은 표의 개수만큼 영향력을 얻는다. 사상은 자유시장처럼 운영된다. 독재는 국가가 국민의 사상을 결정하고, 민주주의에서는 시민이 국가의 사상을 결정한다. 판단 결정권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민주주의와 독재가 구분된다. 하지만 누군가 반칙을 쓸 때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국가가 나서서 규칙을 바로잡아야 시민들이 자신의 자유로운 사상 선택을 안심하고 할 수 있다.

 한겨레는 박근혜정부의 진보당 해산 시도를 두고 ‘폭력적 광기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외피를 쓰고 나타날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실제 현실에서 다른 사람의 자유를 누군가가 폭력을 쓰며 체계적으로 억압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이 청구된 상황에서 판단을 조심스럽게 보류하고 헌법재판소에서 내리는 판결을 따라야 사회적 논쟁이 정리되리라고 본다. 이것은 찬성과 반대 의견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보여 어느 한 쪽 편을 들기 어려울 때 취하는 태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생각의 자유, 정당 활동의 자유는 어디까지일까. 우리 헌법은 ‘민주 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라고 했다.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 체제를 추구한다면 제재 대상이다. 하지만 권력을 잡은 쪽에서 약자에게 누명을 씌워 탄압한 사례 또한 역사에 많다.

송승훈 남양주 광동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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