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충에 먹히는「조림정성」|피해 목 벌채허가 계기로 본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해충망국이란 말이 나올 만큼 전국의 푸른 산이 황폐해 가고 있다. 지난겨울의 이상난동 현상으로 극성스런 송 충·솔잎혹파리·텐트나방·오배자 승 등의 피해는 예년보다 한 달이나 앞당겨 전국을 휩쓸고 있다. 5월말 현재 피해면적은 40만 정보나 된다. 그러나 방제계획은 겨우 피해면적의 10% 내외에 불과한 실정. 방제예산과 방제기능의 역부족 상황 속에서 파죽지세의 해충피해는 수십 년 동안 애써 가꾼 수목을 하루아침에 말라 죽이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국고금을 들여 거국적으로 벌이는 조림사업 또한 해충피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산림녹화로 국토를 기름지게 하기 위해 도벌을 5대 사회악에까지 포함시켜 엄하게 다스리던 산림정책 마저 크게 누그러뜨려 가며 산림청은 최근 해충 피해 목의 벌채허가를 전국적으로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피해 목을 베어내 해충이 다른 성한 나무에 번지는 것을 막고 이미 소생이 불가능한 피해 목은 하루빨리 베어내 완전히 쓸모 없는 나무가 되기 전에 목재로서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산림청은 지금까지 영 림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지금까지 영 림 보호정책에 밀려 사실상 벌채는 상당한 통제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 방침에 묶여 해충 피해 목에까지 벌채불허 방침을 고수하기에는 해충의 피해가 너무나도 혹심했다.
해충피해 목의 초기 벌채허가가 주는 이점은 해충피해면적의 확대방지, 망실국고재산의 회수라는 점 외에도 해충의 피해가 고질화 된 마당에 이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해충에 잘 견디는 수종으로 바꿔 심는 수종경신을 하루빨리 실시해야 하는 점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없지 않다.
지금까지 한국의 산림이 황폐한데 가장 큰 원인이 됐던 도벌과 남벌 걱정이다. 해충피해 목 벌채를 미끼로 이 도벌과 남벌이 다시 고개를 들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또 국립공원지대의 풍치 림 가운데 피해 목의 벌채와 보안림 중 피해 목 벌채문제가 남아있다.
자연경치를 생명으로 삼는 국립공원지대는 피해목이라 해서 함부로 베어낼 수는 없다. 벌채로 인한 꼴사나운 풍치손상보다는 피해 목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림 또한 보안상 피해 목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경우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이 사업을 시행해야 하는 각 시-도가 아직 방침을 통일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지인 전북의 무주구천동 지역에선 풍치 림 3백28입방m가 작년 봄에 오배자승 피해를 보았는데 산 주인 서울 종로구 청운 동 박순하씨가 벌채허가를 청원했으나 전북 도는 보안림이므로 벨 수 없다고 맞섰었다. 그러나 산림청법무관이 지난5일 현지를 답사하고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려 도도 허가방침을 굳혔다.
이로써 보안풍치 림의 벌채허가에 선례를 남기게 되면 해충피해를 보았다고 해서 보안풍치 림을 마구 베는 부작용이 속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피해 목 벌채나 일반 영 림 계획에 따른 벌채를 미끼로 일어날 도벌·과 벌·남벌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행청인 각 시-도는 산림공무원·경찰·산림계원 등을 풀어 감시를 하게 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직무유기·업자와의 결탁으로 인한 사고는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듯하다.
각 시-도별로 해충피해 면적과 벌채 허가 량을 훑어보면 서울은 1만9천3백여 정보의 임야에 4천여 정보가 병충해에 시달리고 있으나 충해피해 목 벌채대상은 없고 경기는 25일 현재 64만3천여 정보의 산림 중 11만7천 정보가 해충피해를 보아 산림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해충피해 목 벌채허가 량은 1만 입 방m.
강원도는 산림면적이 가장 많으면서 타도에 비해 해충피해는 적다. 해충피해면적은 3백96 정보 뿐으로 벌채허가 량도 4백16입 방m 뿐이다. 충북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1만2천5백여 정보의 해충피해면적에 해충피해 목 벌채 량은 지난해보다 25배나 되는 1만 입 방m 층남은『심기만 하고 베지는 않는다』는 방침으로 올해도 고집, 벌채계획 조차 없다. 도내 산림해충 발생지역은 7만7천36 정보로 전체의 22%.
전북은 5만4천 정보에 해충이 번져 회생 불가능한 피해 목은 임목주로 하여금 빨리 베어내고 수종경신을 권장.
전남은 흉 고 직경 6㎝이하의 피해 목은 벌채신고에 따라 시장·군수가 처리하고 6㎝이상은 영 림 계획에 따라 도가 시행하는데 대나무에 개화 병과 밤나무에 혹 벌레가 심하다. 피해 밤나무는 빨리 베어내고 그 접을 붙이도록 하고 있다.
해충피해 목 벌채는 4백77입 방m. 경북의 해충피해 면적은 6월2일 현재 총 11만9천여 정보에 피해 목 벌채허가는 월 성군 등 5백 정보에서 1천5백 입 방m.
경남은 말라죽은 나무를 베어 지붕개량 등 새마을사업에 쓰도록 했다.
제주는 2천7백60 정보에 피해가 있으나 방제는 15%인 겨우 3백80 정보에 그치고 있다.

<신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