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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북괴 방문객도 고립화|NYT 솔즈베리『특파원 수첩』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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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7일 동양】「뉴요크·타임스」지는 7일 지난달에 16일 동안(5월12일부터 27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던 동지 편집부국장「해리슨·솔즈베리」씨의『특파원수첩』이라는 한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솔즈베리」기자의 이 특파원수첩은 사실 최근에 쓴 미국기자들의 보도가운데서 가장 솔직 담백한 기사이며 이러한 점에서 볼 때에 이 기사는 북괴가『문호개방정책』을 채택하고 있다는 김일성의 선전에 강력한 일격을 가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솔즈베리」씨의 이 특파원수첩은 또한 그가 북한을 떠난 후에야 보도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농부와 만난 적 없어>
「솔즈베리」씨는 현재 중공을 여행중이다. 다음은 7일자「뉴요크·타임스」지에 보도된 「솔즈베리」씨의『특파원수첩』가운데서 발췌한 것이다.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은 어쩌면 오늘날의 한반도의 전신이었으며 마치 은 자 왕국과도 같았던 이씨 왕조처럼 멀리 떨어진 한 고대의 왕조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노릇이다.
지난 19세기에 이씨 왕조는 한국의 독자적 생활과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조선왕조와의 통상문호개방을 모색했던 모든 서방국가들과 맹렬히 투쟁을 벌였으며 미국을 포함한 외국선박들을 격침, 소각시키는 한편 선교사들을 대량 학살했었다.
적어도 이러한 점에서는「알바니아」조차도 서방측으로부터는 북한처럼 그렇게 고립되어 있지 않은 점으로 보아 북한은 민족적 목표와 유산을 지켰는지는 모른다.

<호텔에도 무장초소>
북한의 현 세대에 관한 한 그들에게 알아도 되는 것으로 허용된 것은 다만 미국과 북한간의 적대적인 접촉관계 뿐이다. 미국은 야만적이고도 수치스러운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끊임없이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주민들 모두가『복수』(북한에서 자주들을 수 있는 낱말의 하나)를 위한 중오 감과 피에 굶주려 있는지를 판가름한다는 것은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북한에 체류하는 16일 동안 나를 위해서 특별히 선발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북한 인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나는 북한의 농민이 전체 북한인구 약 1천4백만 명 가운데 약4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북한인구나 기타 대부분의 사항들에 관한 정확한 숫자는 확인할 수 없었다) 북한에 머무르는 동안 단 한 명의 농부와도 지호지간에 있은 적이 없었다.
처음 10일 동안 나는 단1명의 노동자와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소규모의 노동자들이 주한미군의 철수필요성 등 북괴의 선전을 늘어놓도록 지시를 받고 우리들에게 접근해 왔다. 그러나 나는 내 임의대로 공장 노동자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이 미국인에 대해서 느끼고 있는 감정을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도 허용 받지 못했다.
북한에 머무르는 동안 의심과 안전에 관계되는 사건들이 수 없이 많았다. 우리들 두 미국기자는 혼자거나 북한 인들과 함께 거나 간에 평양시내를 산책한 일이 없었다. 개성에서는 약1백50「야드」쯤 걷다가 뒤쫓아 달려온 통역 때문에 돌연 중지된 일도 있었다.

<주민수도 대답 안 해>
「인터뷰」를 할 때에도 우리가「인터뷰」하는 사람들이 예를 들어서 그들의 나이라든가 월급 둥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 답변해도 좋은가를 그 자리에 동석한 고위층 인사들에게 협의하느라고 종종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구장 직 에 해당된다고 불 수 있는 평양시내의 한 지역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있는 한 여인은 그 구역 안에 사는 주민수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식당·상점 못 들어가>
우리는 식당이나 상점에 들어가 본 일이 없다. 우리가 묵었던「호텔」들은 무장초소가 완비되어 있고 후면의「바라크」에는 군인들이 머무르고 있는 정부소속의 영빈관이거나 흑은 우리들 이외에는 다른 손님들이라고는 없는 것 같아 보이는 수수께끼의「호텔」이 있다.
이와 같은 대부분의 보안조치는 진정한 보안문제와는 별로 관계가 없었다. 그것은 북괴의 극단적인 고립주의와 또한 북괴가 미국과 사실상 전쟁상태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른다는 공식적 태도에 대한 부산물임이 분명했다.
이러한 모든 사실들과 더불어 북괴는 극히 예민한 경찰 및 보안기구가 거대하고 강력한 군대 및 규율이 엄한 공산당을 가지고 있음이 명백했다.
그러나 김일성의 광적인 결의가 없었더라면 북괴가 미국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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