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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지니톡 자동번역기 써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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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다이내믹스튜·식스타임스·베어탕….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한식 메뉴판이다. 각각 동태찌개·육회·곰탕을 뜻한다. 얼린 명태를 뜻하는 동태(frozen pollack)를 ‘역동적’이라는 뜻의 ‘동태(動態·dynamic)’로 잘못 해석했다. 육회는 여섯 번(six times)으로, 곰탕은 끓는 물에 푹 삶다는 ‘고다’의 명사형인 ‘곰’을 동물(bear)로 번역했다. 한식집 주인이 구글에서 한글을 넣고 영어로 번역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구글 번역’ 등과 같은 자동번역 서비스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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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해외여행을 할 때 스마트폰의 번역기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면 급한 상황에서 생각보다 유용하다.

앱 마켓에서 번역기를 검색하면 10여 가지의 유·무료 프로그램이 뜬다. 그중 가장 많은 언어(현재 71개)를 지원하는 구글 번역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만든 ‘지니톡’을 이용해봤다. 번역기 사용법은 거의 비슷하다.

번역하고 싶은 언어를 선택해 문장으로 입력하거나 음성으로 말하면 다른 언어로 번역돼 나온다. 번역된 결과는 화면에 문장으로 나타나고, 선택에 따라 음성으로 나온다.

 번역기에 대고 몇 가지 문장을 말해봤다. 먼저, 지니톡에서 “김치 좋아요”라고 말하자 ‘김치 좋아해요’라고 인식한 뒤 ‘I like Kimchi’라고 번역했다. 반말로 “김치 좋아”라고 말했을 땐 ‘김치 좋아해’라고 인식, ‘I like Kimchi’라고 답했다. 그런데 조사를 넣어 “김치가 좋아”라고 말하자 ‘김치가 좋아’라고 그대로 인식한 뒤 ‘A kimchi is good’으로 번역했다. 사용자의 의도와는 달랐지만 ‘김치가 좋다’는 문장의 의미를 충실하게 전달했다. 구글 번역에서는 “김치 좋아요”라는 문장에 대해 ‘Okay Kimchi’라는 다소 엉뚱한 번역 결과를 내놨다. “김치 좋아”와 “김치가 좋아”에 대해선 모두 ‘Like Kimchi’로 제대로 번역했다.

 두 번역 앱 모두 음성인식은 대체로 우수했지만, 말을 할 때 발음을 정확히 해야 이상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김치’를 흘려 발음했더니 ‘김씨’로 인식하기도 했다. 사투리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한숨을 쉬거나 아·어·음 등과 같은 감탄사를 넣었더니 번역기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곧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으면 문장의 모든 구성 요소를 갖춰 회화 책에 나오는 듯한 말투로 또박또박 말할수록 사용자의 의도에 가까운 번역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어느 쪽이 낫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체감으로는 지니톡의 번역이 더 자연스러웠다. “동태찌개 먹고 싶다”고 말하자 지니톡은 ‘I would like to eat the stew made with frozen pollack’이라고 했지만, 구글 번역은 ‘I want to eat steamed dynamics’라고 답했다. ETRI 김상훈 자동통역연구팀장은 “지니톡은 한국어 27만 단어, 영어 6만5000단어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십 개의 특허를 활용해 번역의 완성도를 높였다”며 “구글과 비교해도 15% 정도 통역 성능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니톡은 PC에선 이용할 수 없고 현재 영어와 일본어만 서비스한다. 구글은 인터넷상의 수십억 개의 단어와 텍스트 등을 참고로 컴퓨터가 양쪽의 언어를 인식해 통계적 학습 기법을 이용해 번역한다. 곧 사용자가 구글 번역에 특정 문구를 입력하면 구글은 그 문구의 패턴을 분석해 기존 자료 내에서 유사한 패턴을 찾아내고, 그 패턴에 기반해 가장 적절한 번역 문구를 제시한다.

한글과 일본어가 언어 구조가 비슷하지만, 한·영보다 일·영 번역이 더 자연스러운 것도 일·영 번역 데이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한국어 번역의 사용이 늘어날수록 정확도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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