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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금속활자 「세계 최초」공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파리=장덕상 특파원】국내에도 없는 고려말의 한 인쇄본이 「프랑스」에 있음이 확인됨으로써, 한국이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쓴 나라로 공인 받는 기회가 마련됐다. 「유네스코」가 현재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열고 있는 「책의 역사」종합전에 고려 때 만들어진 책자 「직지심경」(우왕 3년=1377년 인쇄)을 전시함으로써 그것이 세계역사상 맨 처음 금속활자사용의 증거로 제시된 것이다.
국내에선 이미 고려금속활자가 세계 최초의 것으로 밝혀졌으나 세계적으로 공인되지 않고 있었으며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활자가 공인돼 왔다.
「유네스코」측은 『한국이 「구텐베르크」보다 75년 가량이나 앞서 금속활자 인쇄술을 창안, 실용화한 것은 세계문학사에서 중요한 새 사실로서, 우리는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모든 세계의 문헌·교과서·서적을 정정토록 통보, 조처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의 모든 문서에는 1452∼1456년 「구텐베르크」에 의해 출간된 「사십이행성서」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공인기록 되어 있다.
한편 우리 나라에선 「직지심경」이전에 「고금상정예문」이 고종19년(1232년)에 인쇄되었다는 기록이 있어 「구텐베르크」보다 2백20년 가량 앞서 금속활자를 쓴 것을 알 수 있으나 이 책이 전해오지 않아 공인 받지 못했었다.
이번 공인 자료가 된 「직지심경」은 「한국고서목록」·「나려문적지」·「재불한국관계문헌목록」등에도 게재돼 있지 않아 국내 학계에선 전혀 몰랐던 새로운 귀중 도서다.
국내에 보관된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조선 태종3년 1403년간 계미자 「십칠사찬고금통요」가 있다.
그런데 강주진 박사(국회 도서관장)는 「파리」에서 공개됐다는 「직지심경」이 「고려사」 등 문헌에 전혀 언급이 없었던 책이라는 점과 이런 이름의 불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김동화 박사(동국대 대학원장)의 설명에 따라 이 책이 아마도 지눌보조국사가 쓴 「진심직설」의 후쇄본이 아닌가 본다고 이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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