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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똑똑한 다이어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50호 18면

날이 추워지면 아무래도 운동량은 줄고 식욕은 늘어나기 쉽다. 단열 효과가 탁월한 지방세포를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원시시대에는 특히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지방을 축적하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남성들보다 여성이, 청년보다 노인이 더 지방세포를 많이 갖게 되는 이유와 비슷하다. 뇌는 음식이 있으면 일단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충분히 배가 부를 때에는 음식을 거부하는 장치도 뇌에는 있다. 그러나 음식과 관련된 자극이 지나치면 그런 장치가 망가지는 것이다. 무언가를 사서 먹으라는 광고 혹은 간판을 듣지 않고 보지 않고 사는 날이 며칠이나 될까.

일러스트 강일구

이제는 굶어 죽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시대다. 비만을 유전자나 호르몬 체계의 이상, 장내 세균의 이상에서 찾는 다양한 이론도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흑인에게는 비만이 드문데 미국 이주 흑인에게는 비만이 많은 것을 보면 역시 환경과 심리적 원인이 더 클 것 같다. 물론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쿠싱 증후군, 시상(thalamus·視床)이나 뇌하수체의 병변도 비만을 유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임상에서 보면 식탐이나 음식 거부는 거의 ‘사랑’과 연관돼 있다. 특히 부모나 배우자애인 등과 갈등이 있는 경우엔 사랑에 대한 불만을 음식 거부로 표현하거나 사랑에 대한 갈증을 음식으로 풀기도 한다. 사랑을 놓아버린 헛헛함을 달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배를 채워 보상받기도 한다. ‘청승살’이 찌는 이유다. 몸에 대한 불편감과 불만 때문에 음식과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분위기에 살면, 조금만 살이 쪄도 불안하고 우울하다. 실제로 발레리나나 패션 모델 등 보통보다 마른 몸매가 유리한 직업군에서 식이장애가 많이 발생한다. 정신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정상 체격인데도 살이 쪘다고 생각해 불필요한 다이어트를 거듭하면 2차적으로 식이장애가 올 수도 있다.

불규칙적으로 굶거나 지방이나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다이어트를 거듭하게 되면, 뇌는 기아현장에 사는 줄 착각하고 식탐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다이어트가 가장 똑똑한 선택일까. 우선 자신이 식사 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의 섬세한 식이조절이 이상적이다. 지나친 절식은 일종의 반동 형성으로 음식에 더욱 집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약물 등만 먹으면 마술적으로 살이 빠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아야 한다. 먹는 칼로리보다 소모하고 배설하는 칼로리가 적으면 살이 찐다. 실패를 거듭하는 불규칙한 식이요법과 운동은 자아 존중감만 훼손한다.

다이어트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 몸의 건강 때문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잣대에 맞추는 급작스러운 다이어트는 몸과 마음에 후유증을 유발한다. 빠른 시간에 살이 빠지지 않았다며 자기혐오감에 빠지면 다시 음식으로 도망가게 된다.

선진국의 1인당 식량소비 비용이 최빈국의 수십 배가 된다는 보고도 있다. 다이어트나 운동은 내 몸을 망칠 수도, 건강하게 할 수도 있다. 내 몸을 성적인 대상이나 상품으로 취급하지 않는, 절제된 자기관리의 연장으로서의 다이어트가 가장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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