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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연기 뒤의 신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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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숨가쁘게 치닫던 신민당의 당권경주가 멎었다. 그러나 5월 전당대회는 두달 정도 연기돼 7월 대회가 된 것 같다.
김홍일 체제의 핵심인 세칭 왕당파는 1년쯤 연기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올 여름이 지나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전당대회를 하기는 어렵다는데서 생각함직한 일이었다. 파벌에 관계없이 대회에 문제가 많다고 보는 사람들, 특히 원내중견이 하층에선 사무총장·원내총무 등 당직자가 전원 당수에게 사표를 내서 전면개편을 하기로 하고 대회를 1년쯤 연기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진산계가 대회연기를 반대했다.
비주류쪽에서도 대회를 9월 전에 해야겠다는 얘기들을 했다.
이런 당내 분위기에 따라 김홍일 당수는 고흥문·윤제술 두 정무회의부의장, 김영삼·이철승·이중재씨 등 영향력 있는 사람과 만나 대회날짜를 조정했는데 대부분이 6월 국회가 끝날 7월10일 이후 7월 말 전이 좋겠다는 의견들이었다.
대회기가 두달 정도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당권경주가 조용해졌지만 각파의 탐색은 쉴 새가 없는 듯.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구주류다.
유진산-김영삼, 유진산-이철승, 고흥문-양일동, 고흥문-신도환 이런 일련의 접촉은 구주류의 단합을 위한 것이며 바닥엔 옛 민주당 구파단합이라는 「무드」도 깔려있다.
단합에서 합심이 되는 것은 당수문제. 신도환 의원 같은 이에 의해 대변되는 것은 현재로는 구주류의 구심점이 없으니 상처는 있지만 유진산씨에게 1년 동안이라도 당수를 맡기자자는 것.
그러나 양일동씨는 『바로 구심점은 나』라고 말한다.
김영삼 의원이나 이중재 의원 같은 이는 유진산씨를 당수로 밀어 올리는 작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보고있다.
유씨는 김영삼씨의 움직임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인지 요즘 유씨는 이철승씨와 가깝게 만나고 있다. 결국 구주류의 일련의 모임도 다분히 신경전이 깔린 탐색단계에 있다.
이 때문에 구주류단합에 대해 중견층 20여명이 19일 밤 신아숙원에서 모여 협의한 끝에 유진산·고흥문·김영삼·양일동 네 사람이 협의해서 당수후보를 정하도록 하자고 결의했다. 이 결의를 하면서 최형우 의원은 문제는 김영삼씨의 판단에 있으니 그의 분명한 태도에 따르기로 하자고 했다는 것이지만 어려운 과제다.
비주류인 내외문제연구소에서도 우선은 비주류 단합이라는 작업을 시작했다. 김대중씨는 내외문제연구소에 속한 정무위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당의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세력만으로는 힘이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래서 비주류는 왕당파의 김형일·양일동씨계 등에 각각 「카운터파트」를 정해 대화의 「채늘」을 갖기로 했다는 것.
이런 주류·비주류의 암중모색에 비하면 별로 큰 세력은 없어도 김 당수의 왕당파는 마음이 편하다. 이것은 세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완충역을 맡을 수 있다는 강점이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구주류가 단합을 못하는 한 일부는 왕당파를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왕당파는 당내파벌활동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국회문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왕당파의 약점은 김홍일 체제가 대여투쟁을 효율적으로 해오지 못하고 있다는 당내 비판이다. 따라서 남은 두 달의 기간 중 이 비판을 얼마간 씻을 수 있어야한다.
그래서 짜낸 것이 대여강경전략으로 단독국회의 활동이다.
단독국회 개회식이 끝난 뒤 며칠 쉬던 왕당파인 김재광 총무는19일 네 번째 열린 공개의원총회에 나와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로 출석을 독촉했다. 또 공개의원총회가 택하고 있는 안건도 꽤 다채롭게 짰다.
지금까지 나온 의제는 주월군 철수문제, 미국의 대한군원문제, 비상사태에 대한 신민당의 주장, 최근의 정부연료정책에 대한 비판 등.
의원총회에서 이런 문제를 토론하고 그 다음날은 소속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대정부질문서를 내는 방식을 택해 신민당이 움직이고 있음을 시위하려 하고있다.
이것은 전당대회 전에 한차례라도 국회를 성립시켜 봐야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김재광 총무는 신민당이 끈기 있게 활동한다면 공화당도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그래서 공개의원총회를 하면서 백두진 의장에게 국회정상화 촉구를 위한 대표단도 보내고 여야영수회담을 제의하는 공한도 보냈다.
이런 계산은 상당히 적중한 것 같다. 우선 백두진 의장을 비롯해서 국회의장단이 국회정상화를 서둘러야한다고 야당에 동조하고 나섰다. 백 의장은 신민당의 압력을 업고 공화당의 백남억 당의장을 만나는 등 활동에 나섰다.
공화당도 19일엔 반응을 보였다. 백남억 당의장은 19일 하오 국회의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신민당이 하도 떠들썩하니 일단 총무회담을 의장이 주선해 보는 것이 어떻겠소라고 했다. 그렇다고 공화당이 이번 국회를 정상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야당 혼자서만 토론하고 질문서만 내던지는 변칙사태는 그만두고 상임위원회활동이나 하자는 것이다.
상임위 활동은 지난 두 차례 단독국회 때 야당이 요구했고 공화당은 외무·국방을 제외하고 모두 거부했던 것.
그런데 이번엔 공화당이 외무·국방위뿐 아니라 경제관계 상임위도 열 수 있다고 하는데도 신민당은 본회의 정상화가 선행돼야한다는 고자세로 버티고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대여투쟁에서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하고 전당대회에 대비하는 왕당파의 강경자세측면도 있다.
어떻든 신민당의 각파는 7월 대회를 의식하면서 조용히, 그러나 아주 신중하게 당권고지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신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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