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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속에 파고드는 미국 시|미 「인터내셔널·라이팅·프로그램」에 다녀와서|성찬경 <시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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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아이오와」주 「아이오와」시에 있는 「아이오와」 대학 하면 소위 「라이터즈·워크숍」 (Wri ter's Workshop)으로 해서 유명하다. 또 「워크숍」하면 으례 그 창설자인 시인 겸 교수 「폴·엥글」씨를 연상하게 된다. 이 곳을 거쳐 나간 작가·시인을 꽤 많이 들 수 있겠지만 그 중 「테네시·윌리엄즈」, 소설가 「플래너리·오코너」, 시인 「로버트·불라이」 또 우리 나라 사람으로도 「리처드·김」, 김용익, 고원 제씨의 이름이 생각난다. 이번에 내가 다녀온 「국제 작가 계획」「인터내셔널·라이팅·프로그램」은 흔히 이「워크숍」과 혼용하기가 쉬운데 실은 별개의 독립된 기구이다.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이 「프로그램」 역시 1967년에 「폴·엥글」씨에 의해서 창설됐다는 사실일 것이고 씨는 현재 이「프로그램」의 회장으로 있다.
「플·엥글」씨가 내게 보내온 초청장의 글귀 중에 『이 「프로그램」은 시인 작가들에게 경제적인 걱정 없이 정말로 자기 시간이 될 수 있는 여가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상당히 매력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실인 즉, 가보니 이 「프로그램」이 7개월이라는 시간을 각자가 거의 자기 나름의 설계에 의해서 쓸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이번엔 동양에선 인도·인도네시아·대만·일본 그리고 한국, 남미에선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 동구에선 폴란드·유고슬라비아·루마니아·헝가리 또 이스라엘, 「아프리카」주의 「나이지리아」에서 흑인 극작가 이렇게 세계의 각지에서 모두 16명이 모여들었다. 이중 분야별로 보면 소설가 3명, 극작가 2명, 그 밖엔 모두 시인이었다.

<세미나 주 1회씩 각국 문학을 소개>
1주에 한 번 정기적인 회합을 갖는데, 지정된 사람이 주제 및 영역된 자기 작품을 발표 했는데 대개 자기 나라의 문학의 전통과 현황을 설명하는 것이 상례였다.
다음엔 모두가 열띤 토론을 벌인다.
참가자의 국적이 다양한 만큼 거기에서 나오는 의견도 각양각색이다. 학자들의 모임이 아닌 만큼 딱딱한 말은 거의 들을 수 없고, 「유머」와 익살이 마구 섞이고, 때론 모두 흥분해서 열띤 변론이 오간다. 그러면서도 모두 알맞게 점잖다.
7개월 동안의 열띤 토론 끝에 얻은 공동의 결론 같은 것 중에 생각나는 것은 문학이 무슨 주제를 다루거나간에 그것이 어떤 주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작품으로서 완벽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수카르노」의 체제에 반항한 「인도네시아」의 투쟁 시인 「타우픽·이스메일」의 발표 때는 이런 문제가 진지하게 거론됐다.


또 하나는 시의 번역 문제이다. 「이스라엘」서 온 시인 「아나닷·엘단」은 구약 성경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영어로 번역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온 소설가 「아르노스트·루스틱」은 문학어로서 고도의 기능을 가진 영어로 번역되면 「히브리」어의 시가 오히려 나아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문제의 결론이 즉석에서 나올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아이오와」시는 인구 4만6천 정도의 소도시지만 언제나 1주에 1, 2회 정도의 시 낭독회가 있다. 장소는 조그만 강당이나 서점 따위를 이용하고 있다. 시를 읊는 사람도 그저 회화하듯 담담히 읽어 나가는게 보통이다. 청중 또한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듣기도 한다. 미국 어딜 가나 시 낭독회가 매우 성황이다. 이런 경향이 곧 미국시의 현재의 방향을 암시 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미국시의 현황을 보면 매우 다양한 여러 경향이 공존하고 있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시와 생활의 접근」이라고 할 수 가 있을 것 같다. 깊은 학식과 많은 주석을 필요로 하는 시-이런 시는 이미 소외된 느낌이다. 「T·S·엘리어트」의 권좌는 대체로 무너진 느낌이다. 다만 보수적인 동부 「보스턴」 지방에선 「엘리어트」의 위력이 남아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일상적인 말로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었고 결코 운을 맞춘 적이 없는 「월리엄·칼로스·월리엄즈」가 새로운 영수로 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월리엄즈」도 「에즈러·파운드」의 소위 「이미지즘」의 수법을 적용한 시인이다. 사물을 간결한 언어를 통해서 간결한 시적 영상으로 바꾸는 수법을 주장한 「파운드」에 대한 관심이 거의 재연 할 듯한 느낌이다. 따라서 대개의 시인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파운드」식의 수법을 쓰고있다.

<미국적 전통서 나온 시의 생활화의 한 예>
소위 일본의 「하이꾸」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개리·스나이더」「로버트·크릴리」도 이 범주에서 생각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큰 소리로 긴 시를 외치는 문명 비평의 시인 「알엘런·긴즈버그」가 있다. 「긴즈버그」의 시도 이젠 너무 간편 일률적이란 느낌을 주고 있는 듯 하지만 아직도 영향력이 있는 시인이며 「긴즈버그」와 비슷한 경향의 시인으로서 소위 「샌프런시스코」파에 속하는 「론런즈·펄링게티」를 들을 수가 있다.
이 밖에 경향은 각각 다르지만 「로버트·불라이」, 「데니스·레바토프」, 「W·S·머윈」등이 젊은이들의 관심의 대상이었고 「로버트·로웰」 역시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다.
대체로 현재의 미국 시의 경향을 요약해 보자면 난해한 시에서 평이한 시로, 숭고한 주제에서 일상적인 주제로, 장중한 시어에서 일상적인 언어로, 또 긴 시보다는 짤막한 시로 변모 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것이 곧 시의 생활화, 시와 대중과의 접근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경향이 통틀어서 미국인이 순전히 미국인 독자적인 새로운 감수성과 전통을 세우려는 자각과 모색의 일환이라는 것을 확신 할 수 있었다.

<세계 문학에의 참여 폴·엥글씨가 창안>
이번에 또 하나 느낀 것은 한 국민에 한 언어라고 하는 경우가 그리 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번 「프로그램」에 다녀와서 나 개인이 얻은 수확은 매우 크다고 확신하지만 그것보다도 이 「프로그램」이 국민 문학을 통한 세계 문학에의 참여라는 새로운 역사적 현실을 토론하는 광장이라는 뜻에서 한 기구로 볼 때에도 이것이 매우 독창적인 창안이라는 치하를「폴·엥글」씨에게 했을 때에, 이 「프로그램」의 출발에는 현재 부회장으로 있는 자기의 중국인 부인 「활링·니에」씨 (소설가)의 힘이 크다고 겸손 해 하던 일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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