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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국회」무드 성숙|여당의원들의 「정상화압력」을 살펴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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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 들어 신민당이 세 차례나 국회를 소집했으나 공화당의 불참으로 국회는 반년 가까이 문을 닫자있다.
8일부터 회기를 시작한 81회 임시국회도 개회식만 열고 문을 닫은 79회, 80회 국회의 전철을 반복하고 있다.
야당이 단독 소집한 국회에 불참한다는 고집으로 이번에도 공화당은 본 회의에 불참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집은 차차 한계점에 이르고 있는 것 같다. 지리한 공백에 지친 국회의원들이 빨리 국회를 정상화하자는 압력을 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국회가 안 열리니 국회의원의 위신이 떨어지는 데다 국정의 내용도 잘 알 수 없게 됐다는 불만이 크게 깔려있다. 의원들은 한결같이 행정부 관리들의 국회의원을 대하는 태도가 점점 나빠진다고 불평한다.
이런 불만은 국무위원 자동차 번호판에 숫자대신 국무위원휘장을 넣기로 한 것이 계기가 댔다.
지난11일 야당의 세 번째 단독 국회대책을 의논하기 위해 「뉴코리아·호텔」에서 열린 총무단-국회상임위원장 연석 회의에서 전효상 농림위원장이 국무위원 번호판 얘기를 불만스레 꺼내고, 서상린 건설위원장이 『시골서 승차입장을 당해 공연한 짜증을 내야 하는 건 장관보다 국회의원이 더 빈번하다』고 한 것.
이래서 시작된 화제는 『국회 문을 닫고 있어서인지 청탁이 아니라 정부시책의 어떤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걸어도 장·차관은 물론 국장들에게서까지 따돌림을 받는다』는 등 저다 한 마디씩 했다. 그래서 길전식 사무총장은『국회를 당장은 정상화하기 어려우니 우선 상임위별 정책위를 자주 열고 그때마다 관계각료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런 회의 분위기는 곧이어 열린 당무 회의에도 그대로 연장되 1시간을 이 문제 얘기가 끌었는데 이를 간추리면
▲김진만 재정위원장=행정부 사람들은 위 초정을 해놓고 국회의원의 자리는 마련해 놓지 않는 자 괘씸하다. 나도 강원도에서 행정부 주간 행사에 참여했다가 제지를 받아 불쾌했던 일이 있다.
▲구태회 정책위의장=남에게는 권하지 않지만 그래서 나는 행정부 행사에 아예 가지 않기로 했다.
▲김유탁 사무차장=장관들은 이시기에 번호판 바꾼다고 합니다.
▲김재순 당무위원=관 번호를 없애야 할 판에 무슨 한심한 생각인지 모르겠다.
▲백남억 당의장=외국은 관 번호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관 번호 얘기가 났으니 말인데 여·야 대표에게 관 번호가 나왔는데 3천 단위 번호라 김홍일 신민 당수와 내가 반납했다.
공화당의원들의 이런 불만은 행사 같은 것을 두고 나온 얘기만은 아니다. 최근 1만원권 도안문제를 비롯해서 중요시책이 사전의논이 아니고 사후통보라는데 대한 불만이 핵심이다.
이런 불평이 얼마 전 당무회의에서 나온 뒤 <김종필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각부처가 입안중인 중요시책은 가능한데로 당 정책위와 사전 협의를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행정부 쪽에서도 고충이 있는 모양이다. 행정부로선 시책이 확정 될 때까지 대외 비로 하고 싶은데 당과 협의만 하면 샌다는 것 등이 행정부의 불만이다.
또 장·차관들의 면회가 어렵다는 의원 쪽의 불만에 대해서는 서일교 총무처 장관은 『국회의원이나 다른 내방객들이 사전에 아무 연락 없이 비서실에 와 있다가 만나게되면 지나는 길에 들렀다고 하는 경우가 많고, 만일 바빠서 만나지 못하면 불평이 된다』고했다.
신민당은 공화당소속 의원사이에 깔려있는 국회 정상화 압력을 국회 정상화 교섭에서 꺼냈다.
개회식 다음날 백두진 국회의장을 방문한 신민당대표단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3분의2를 넘는 의원들이 국회를 열어야할 필요를 느끼고 있는데 백 의장은 누구 편에 서서 국회를 운영하겠느냐고 한 것.
이런 얘기에 대해 백 의장은 『사실 나로서도 국회를 하루속히 정상화시키고 싶다』면서『백남억 당의장 등 공화당 간부들을 직접 만나 노력해 보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공화당 쪽에선 국회의장의 이런 약속에 대해 의장은『공학당의 방침을 잘 알면서 난처하게 만든다』는 불평을 사게 되 의장의 노력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공화당 총무단은 막후에서 야당을 설득했다.
현오봉 공화당 총무는 공화당소속인 국회 상임 위원장회의와 상무 회의에서 국회를 열어야한다는 의원들의 압력을 받고『6월중엔 꼭 국회를 열겠다』고 했다. 그런 뒤 김재광 신민당총무를 비롯해서 야당간부들에게도 『6월중으로 추경예산·재정 차관 동의안을 비롯해서 정부·여당으로서도 국회를 열어야 할 필요가 있어 반드시 국회를 열게 될 테니 이번 회기 불참만은 양해해달라』고 얘기를 했다.
이런 여당의 총무단 약속에 따라 여·야의 국회정상화협상이 한 발짝 진전했다.
야당에선 6윌 하순에 국회를 정상 운영하겠다면 이번 국회를 단기로 해서라도 일단 본 회의를 성립시키자는 것.
신민당 총무단은 이런 제의의 이유로 ①이번까지도 국회가 공전한 뒤에 사이좋게 공화당과의 공동 소집을 하기가 야당으로선 어렵다. ②그래서 공화당의 단독소집이 된 뒤 야당이 출석은 하겠지만 그때에 여·야 관계가 부드러워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
이런 얘기를 두고 공화당에선 주월 군 문제, 한미간의 군원교섭 등은 중요한 안보문제니 이런 것만 가지고 외무·국방 등 상임위를 열어 여·야 가함께 국정을 협의하게 되면 이번 국회는 공전이날 것도 없지 않느냐는 것.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경제관계 상임위의 소집도 고려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막후협상은 그러나 여·야가 모두 당 공식 기구를 통해 승인된 절충안은 아니어서 아직은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내주 초까지 이런 문제를 당 간부 선에서, 내주 말 쯤엔 총무회담을 통해 6월 하순의 국회정상화를 취한 개회중인 이번 단독국회 문제를 절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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