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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의 최대모험 월맹해안봉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월맹항구를 봉쇄하고 기뢰를 설치하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닉슨」대통령은 소련과의 해상충돌과 「모스크바」 방문계획의 좌절될 위험에 직면하게됐다.
이 조치로 인해 즉각적으로 제기된 문제점은 소련이 과연 1962년 「쿠바」봉쇄 때처럼 굴욕적인 자세로 사태에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무력을 사용해 봉쇄를 뚫고 기뢰를 철수하려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닉슨」대통령은 미·소가 역사적인 전략무기제한협정체결로 다가가는 과정에서 계속적인 대소협조자세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그는 월남에서의 월맹공세를 분쇄하겠다는 자신의 결의에는 여하한 장애나 간섭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심정인 듯하다.
「닉슨」대통령은 소련지도자들에 대해 자기가 비록 「모스크바」를 방문, 여러 가지 긴급문제를 처리하고는 싶지만 월남이야말로 그보다 더 중요한 관심사이며 미국의 명예와 권위와 「사이공」에 대한 끊을 수 없는 공약이 걸려있는 일의적인 문제라고 암시한 셈이다.
그와 동시에 월남에서 굴욕을 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소련과의 중요한 문제타결을 포기, 그와 무력충돌위험까지도 각오하겠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그러나 「닉슨」대통령은 「하이퐁」항 폭격이나 소련함선 격침을 명령하지는 않았음을 외교관측통들은 주목하고있다.
관측통들은 이번 봉쇄조치가 소련에 생각할 시간여유를 주고 그들이 원한다면 해전을 회피할 수도 있는 구멍을 뚫어놓았음을 지적하고있다.
만약 미국이 소련함선을 폭격하고 많은 사상자를 낸다면 자동적으로 상대편의 대응조치를 유발, 대전을 일으킬 것은 뻔한 일이다.
「닉슨」대통령은 이번 결단을 발표하면서 자기의 행동이 설사 소련과의 충돌을 유발하거나 재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결단코 패배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닉슨」대통령은 이 결단의 근거로서 공산 측으로 하여금 진지한 태도로「파리」협상에 임하도록 하려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으며 소련이 평화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키신저」보좌관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크렘린」은 이 점에 관해 분명한 언질을 주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5월 2일의 「키신저」·「레·둑·토」회담 때 공산 측은 여전히 『장광설과 항복에의 요구』만을 또다시 내세웠다고 「닉슨」은 비난했다.
미국 관변 소식통은 이번 봉쇄로 「하노이」로 보내지는 군수물자 보급량의 90%가 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어드」국방도 「하노이」에 대한 군수물자의 90%가 소련 및 동구제국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소식통은 또한 소련·동구의 또 다른 보급「루트」는 중공을 경유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중공의 도로와 철도가 과연 물자수송에 적합한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공은 또한 이념분쟁과 국경충돌로 인해 자기네 땅을 거쳐 이 물자를 수송하게 하는 것을 꺼릴지도 모른다고 이 소식통은 주장했다. 【로이터 워싱턴특파원 「랠프·해리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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