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높은 결핵 이병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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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사부가 결핵협회에 의뢰하여 실시한 표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국민의 결핵 지병 율은 4·2%이고, 이중 전염성이 있는 활동성 환자는 0·7%라고 한다.
이는 9천1백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이니 만큼, 이 숫자를 그대로 확대하여 우리나라 전체의 결핵환자수가 1백18만 명이요, 전염성환자는 19만7천명이라는 실수를 추출해 내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이 통계는 우리나라의 결핵신환 발생이 연간 10만 명씩이나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서 우리는 여전히 결핵왕국의 불명예를 못 씻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 같은 신환 발생률(0·41%)이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것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때 우리에 앞서 결핵왕국이라고 불렸던 당시의 일본의 신환률 조차도 0·17%에 불과했던 것을 상기한다면 우리나라는 그 뒤의 발달된 치료법과 막대한 경비를 투입한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일본의 무려 2·5배나 높은 비율이라는 것도 충격적이다. 이중에서도 농촌의 신환율은 0·43%나 되어 도시의 0·36%보다 훨씬 높으며, 또 특히 농촌남자의 신환 율은 0·48%나 되어 그들의 건강상태가 얼마나 한심스러운 것인가를 짐작케 한다.
농촌의 신환 발생률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주로 그들의 영양 섭취량이 부족한 데다 과로하고 있고, 또 발병자들도 요양비가 없어 재가 치료하는 일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결핵이란 조기에 발견, 의사의 지시대로 치료만 하면 곧 완치될 수 있는 병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농촌에서 이 조기발견이 안되고, 요양비가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보건정책의 큰 실수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는 앞으로 농촌의 결핵신환률을 줄이기 위해 보다 과감한 노력을 전개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보사부 및 결핵협회 등의 공동노력으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전체적으로 결핵의 지병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65년도에 전 인구의 5·1%나 되었던 결핵이환률이 현재는 0·9%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결핵의 예방대책 중에서 가장 초보적이며 긴급한 조치는 전 국민에 대한 BCG 접종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 예방 접종조차 농촌지방에서는 아직도 변변히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이 점 보사부는 우선 BCG 예방 접종만이라도 전국을 대상으로 완벽한 무료실시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결핵은 조기 발견하면 곧 치유될 수 있는 것이기에 조기발견을 위한 집단 검진 차를 동원하여 농촌을 순회하여야 할 것이다. 발견된 결핵환자가 적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요양소에 입원시키는 조처도 또한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정 전염병 중에서도 결핵 지병률이 가장 많으나 이에 대한 치료에는 대체로 별 관심이 없어, 3기가 되어야만 허둥대는 경향이 많다는 것도 문제이다. 이 점에서 결핵에 대한 계몽이 보다 적극화 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연금에 의한 의료비의 지급에서도 결핵은 만성병이라고 하여 그 치료비가 지급되지 않고 있으며, 또 의료보험의 경우에도 그 치료비가 수혜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큰 모순이다. 정부는 이 같은 모순을 없애기 위한 제도적 개선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결핵의 퇴치도 산아제한에 못지 않은 중요한 보건정책이건만, 보사부는 이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다른 단체들에만 전가하려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결핵을 퇴치하기 위하여 정부와 의료기관은 힘을 합해 조기발견과 장기치료시설확보에 가일 층의 노력을 경주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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