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가 박노수씨 6번째 작품 전 차분하게 정돈된 작품 50점을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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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정 박노수씨가 6번째의 작품 전을 마련했다. 만3년의 간격을 두고 개인전을 연 이 40대의 중견 동양화가는 이번 대작의 연폭 8곡병 4점을 비롯하여 50점에 달하는 많은 출품을 했다. 꼬박 화실을 지키며 제작에만 몰두하는 차분한 성격의 화가다.
작품은 그의 성격 그대로다. 비상한 재간을 피우기보다는 차분하게 정돈된 화면들이다. 그가 즐겨 수석을 완상하듯이 조용하고 먼 산과 강. 마음이 홀가분한 산책길에서 흘깃 눈에 비쳐든 풍경이라 해도 좋고, 차창에서 아쉽게 느낀 영상이라 해도 좋다. 윤곽과 색채와 핵심만이 거기 남아있다.
그는 퍽 부드러운 「컬러리스트」다. 짐짓 여유를 두고 바라보면서 채색을 배치했다. 취흥을 어쩌지 못해 붓을 휘둘렀다는 그런 감촉이 화폭에서 은연 배어 나온다. 그래서 작품들을 대하고 있노라면 나이가 퍽 들어 보일 정도다. 볼그레한 산, 그것이 더욱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박 화백은 한국화의 새로운 면을 자기 나름으로 시도하고 가꾼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작품 전에서 절반쯤 줄였더라면 도리어 간결한 화조가 한결 돋으라질성 싶다. 가령 모란이나 인물도는 그의 최근 시도와는 동떨어지는 분위기의 것이다. 그것은 한 작가의 성장과는 이제 무관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모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9일∼14일 신세계화랑에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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