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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만재한 병원시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나라에서는 유수한 종합병원에서조차 그 시설과 장비가 낡고, 비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위험요소마저 만재하고 있어 환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전번에는 여러 종합병원에서 사용중인 혈압계를 이 엉터리라는 것이 밝혀져 고혈압 진단을 받은 여러 환자들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인공호흡을 시키는데 공업용 산소 통을 옮겨가며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행여나 폭발사고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알려진 바에 의하면 위급 환자를 치료하는 종합병원에서도 산소호흡용 압축산소공급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거의가 용접 때 사용하는 공업용 산소 통을 그대로 들여다 쓰고있는바, 병원 당국자들 자신도 그 위험을 시인하면서도 중앙공급장치 등 개조는 경비상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실토했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종합병원에서 중앙기관장치를 하고 있는 곳은 전국을 통해 고작 8개소뿐이며, 기타의 국·공립 병원이나 사립 종합병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공업용 산소 통을 그대로 쓰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서울대 부속병원에서조차 신축중의 신 병동의 완공까지는 별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다는 소식이니 그 형편이 얼마나 한심스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병실에는 평소에도 전기 곤로나 「알콜·램프」 등 인화하기 쉬운 물질들이 많고, 마취실에는 「에테르」 등 마취용 「개스」들이 항상 충만 돼 있는 것이므로 이처럼 공업용 산소 통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폭발의 위험을 배제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철저히 방지하기 위해서는 병원 시설 기준령을 개정하여 반드시 산소중앙배관장치를 두도록 의무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 예산이 없어 공업용 산소 통을 쓰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적어도 압축산소 용기나마 압축「개스」 등 단속법의 규정에 따라 3년마다 서울시장, 또는 도지사의 검사를 받아야만 할 것이다. 이 법은 용기 소유자가 검사신청을 하지 않으면 1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각 병원에서는 거의 용기의 안전도 검사조차 받지 않은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지난번 혈압계의 경우에도 도량형기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받지 않았다 하니, 병원에서조차 인명존중에 대한 생각이 무디고 준법정신조차 없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병원은 그 시설전반에 걸쳐서 너무도 낙후 된 데가 많다. 난방시설이며 냉방시설에서부터 환자의 급양·보호시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필수적인 「개스」·산소 통의 공급시설들마저 이 모양으로, 대부분의 병원이 30년∼40년 이상이나 된 낡은 시설을 그대로 온존하고 있음은 의사들 마저가 인명존중에 별 성의가 없다는 표시라 비난받을 만한 것이다.
현재의 병원은 시설뿐만 아니라 봉사 면에 있어서도 낙후되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의료의 향상과 보건을 위하여 병원시설 기준령을 현실화하고 의료보험제를 도입하여 보건소제도와 공의제도를 개선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병원에 다니며 병원에서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돈걱정 없이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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