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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작년 가을에 사준 네 바지가 발목이 껑충 드러나게 너는 또 자랐구나. 우스울 정도로 잘도 늘어났다. 저 창가의 라일락나무보다도 더 잘 자라는 구나, 참 「라일락」피고, 보리밭 파란물결너머로 훈풍이 불어온다는 5월, 그 다섯 째 날은 너희들 날이구나 그러니 이번 주말엔 꼭 너희들을 데리고 교외에라도 나가야겠다. 나가서 녹음의 빛깔과 바람의 싱그러움을 가르쳐주어야지. 너희들은 어디 데러가 주는걸 그렇게도 좋아하지 않니. 이 세상이 아직 너희에겐 커다란 채색 그림책이지. 그러니 집밖에 나가는걸 그렇게 좋아하나부다. 이 세상엔 아직 너희가 보지 못한 것, 알지 못하는 것이 무수히 많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너희들을 즐겁게 하는 그림책처럼 너희들을 설레게 하는 모양이다.
너희가 언젠가 성인이 되어 그 그림책의 채색이 벗겨져서 그것이 너희가 부딪쳐야할 막막한 현실이라는 걸 뼈아프게 느낄 때 너희들의 엄마인 나는 너희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까? 아니, 조금도 힘이 되어줄 수 없을지 모르지. 그저 너희들이 굳건히 그 딱딱함에 버틸 수 있을 힘을 지금부터 너희에게 길러주도록 애쓰고,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운 색깔을 지닐 수 있게 개미 같은 작은 힘을 보태는 수밖에 없겠지.
어린이 날. 어른들이 너희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려한다. 저 담이 너무 높아 소꼽친구가 없는 솟을대문 집의 꼬마도 버스 속에서 코 묻은 뺨을 보따리든 엄마 등에 묻고 잠든 노란 얼굴빛의 아가도 모두 활짝 웃으려무나 하늘높이 기쁜 함성을 울리려무나. 너희들은 가장 사랑 받는 존재들이고, 또 그럴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오색풍선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너희들의 기쁜 함성이 귓전에 울리는 듯하구나. [전명희(서울 서대문구 연희2동 314의1)]

<채택된 분에게는 여성 중앙 6개월 분을 우송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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