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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헌장」 선포 15년 과연 얼마나 준수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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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인 어린이의 복지를 위해 가정·학교·사회가 서로 협력할 것을 다짐하는 「어린이 헌장」이 제정된 것은 1957년. 모든 성인들은 어린이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우해야 하고 각 가정과 학교·사회에서는 이 헌장을 지켜야 마땅하나 어린이가 그 헌장처럼 잘 보호되며 자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크리스천·아카데미는 지난 2일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어린이 헌장의 오늘」을 주제로 이동원 교수(이대 사학과) 성래운 교수(연세대 교육과) 윤석중씨(새싹회 회장)의 발제와 2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 대화의 모임을 가졌다.
어린이 헌장과 가정과의 관계를 발표한 이동원 교수는 어린이를 키우는데 있어 가정의 역할은 물질적인 환경을 마련해주는 일과 어린이를 「인간화」시키는 것의 두 가지가 있다고 전제, 현재 우리의 가정은 이런 기본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질적인 환경의 경우, 시골과 도시빈민층의 어린이들에게는 놀이터·장난감은 물론 변소시설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하며 부유층의 어린이들은 부모의 허영심과 체면 때문에 「비싼 장난감」의 희생자가 되어있다』는 것.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쳐야 할 두 번째 가정의 역할도 현대의 지나친 「물질 제일주의」로 인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있다는 것이 이교수의 견해다.
더구나 자식을 부모의 부속물로 여기던 전래의 인습이 남아있어 어린이를 인간으로 존중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어린이의 개성, 창의력에 관계없이 부모의 허영심에 따라 습득시키는 피아노·레슨 같은 겉치레 교육을 없애고 어린이를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으로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부모의 교육과 새로운 교육관의 확립이 시급한 과제』라고 이 교수는 말을 맺었다.
어린이 헌장이 학교에서 어떻게 준수되고 있는가를 설명한 성래운 교수는 ①어린이들은 소중하게 취급되고는 있으나 「한 인간」으로 존중되고 있지는 않다.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이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③「지옥」이라는 중학입시에서 풀려났어도 여전히 공부는 과중하다. 도시의 어린이는 고층 빌딩, 혼잡한 교통 속에 방치된 상태이며 시골의 어린이는 쓰러질 듯한 교사에서 공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⑤지나친 학교선전에 이용당하고 있다. 특수아동에 관한 대책은 거의 도외시되고 있다는 등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이어 어린이 헌장이 올바르게 준수되기 위해서는 학교의 평준화와 교원의 자질향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중씨는 헌장이 제정된 지 15년이 지난 현재 시대에 알맞고 해석에 차이가 없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원식 교수 (서울대 사대 교육과)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세 사람의 발제에 따라 새 교육관 확립을 위한 교사의 상, 어린이를 착취하는 문제, 어린이 헌장의 개선문제가 제기되어 앞으로 어린이 헌장을 개선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금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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